<2020-03-15 격주간 제921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조화롭게 협력하는 삶

"어려운 일은 남보다 먼저, 이익은 남보다 뒤에
一先難而後獲(선난이후획)"
- 《논어(論語)》 중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서로 경쟁하고 투쟁하여 승리를 쟁취해야 살아남는 곳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서로 조화롭게 협력하여 성취를 이뤄야 살아갈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각자 생각이 다른 것에 대해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어느 쪽 삶이 더 행복할지 생각해본다면 정답은 의외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조화롭게 협력하는 삶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공자의 제자인 자로(子路)가 공자에게 정치(政治)가 무엇이냐고 묻자 공자는 단 네 글자로 대답했다. “선지노지(先之勞之).” 단순하게 대답했지만 공자의 이 말에 대한 해석은 매우 다양하다.
‘선(先)’은 가장 먼저 하는 것을 의미하고 ‘노(勞)’는 노동하는 것이나 노력하는 것 혹은 위로하는 것을 뜻한다. 어느 쪽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미묘하게 달라진다. ‘지(之)’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도 문제가 된다. 어떤 학자는 ‘먼저 모범을 보이면 백성들이 즐겁게 일한다.’라고 해석하기도 하지만 정약용의 경우는 ‘남보다 앞장서서 일하고 백성들을 위로해주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복잡한 것은 뒤로 미뤄두고 설명한다면 “먼저 솔선수범하라, 스스로 모범을 보여라.”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공자는 “선난이후획(先難而後獲).”이라는 말도 했다. 제자가 ‘인(仁)’에 대해서 묻자 이에 대한 대답을 한 것인데, “우선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이익은 나중에 생각하라.” 정도로 이해되고 있지만 “어려운 일은 남보다 먼저, 이익을 취하는 것은 남보다 뒤에.”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공자는 BC479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당시의 한자는 그 수가 매우 적었다. 게다가 공자가 생전에 한 말을 그 제자들이 기억하고 있다가 다시 자신의 제자에게 말로 전해주었고 그 말을 전해들은 사람들이 글자로 기록한 것이니 정밀하고 상세한 내용을 기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진나라 시절에는 분서갱유(焚書坑儒)로 책을 불사르고 유학자들을 죽였으니 오죽했으랴. 이후 한나라 시대부터 연구도 활발해지고 한자의 수도 늘어나 후대에는 정밀하고 상세한 설명이 가능해졌다. 후대의 학자들이 주요 경전(輕典)에 주석을 단 이유다. 그러므로 후대 학자들의 부연설명은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 송나라의 정치가이자 학자인 범중엄(范仲淹)이 위에 언급한 공자의 가르침을 가지고 시(詩)를 지었는데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세상 사람들이 근심하기 전에 먼저 근심하고(先天下之憂而憂(선천하지우이우)) 세상 사람들이 모두 기뻐한 후에 가장 나중에 기뻐한다(後天下之樂而樂歟(후천하지락이락여)).”
‘선지노지(先之勞之)’나 ‘선난이후획(先難而後獲)’에 비해 쉽게 이해가 가능한 문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화롭게 협력하는 삶이란 바로 이러한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먼저 나서서 솔선수범하고 모두가 만족함을 느낄 때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 그것이 바로 올바른 삶이라는 뜻이다. 특히 사회적 지도자는 더욱 그래야 한다.
뒷짐 지고 상황을 지켜보며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일삼거나 꼬투리를 잡으며 오히려 일을 방해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반성해보자. 특히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잘 살펴보자. 누가 ‘선지노지(先之勞之)’하는지, 그리고 누가 어려움 속에서 자신의 이득을 먼저 생각하는지.
이도환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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