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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5 격주간 제92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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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 혐오사회 |
증오는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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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사회』 |
혐오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좋은 출발점이 되어 줄 『혐오사회』. 전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혐오와 증오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이 책은 그동안 혐오 문제가 주로 혐오표현과 여성혐오의 층위에서 다루어졌던 것과 달리 혐오가 발생하고 전염되고 확산되는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15년 넘게 전 세계 분쟁지역을 누빈 저널리스트이자 여성 성소수자로서의 경험을 살려, 현실 문제를 세밀하게 분석해내는 동시에 따스한 공감의 시선으로 사회적 약자가 느끼는 구조적 폭력의 결을 예민하게 감지해낸다.
흔히 혐오나 증오의 대상이 되는 이들은 특정한 사회적 ‘표준’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멸시와 배제의 대상이 된다. 저자는 이러한 ‘표준’이라는 믿음 자체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순수성에 대한 맹신이자 폭력적인 편견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독일 클라우스니츠에서 일어난 반 난민 시위, 스태튼아일랜드와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흑인에 대한 경찰의 반복적인 과잉진압,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구조적 멸시와 폭력 등 구체적 사례들을 바탕으로 혐오 문제를 구조적 측면에서, 그리고 피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고발한다.
저자는 이와 같은 사례를 바탕으로 편견이 개개인의 다양성을 지우고, 집단적 편견을 덧씌워 혐오하거나 증오해 마땅한 존재로 만들며 편견에 근거한 폭력을 정당화하려는 행위를 벌인다고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누군가를 집단적으로 혐오해 마땅한 이유 같은 것은 없다고 단언한다.
동질성, 본연성, 순수성에 대한 맹신으로 집단적으로 혐오와 증오를 하고 있다면, 그것을 멈춰 세우는 방법은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즉 순수하지 않은 것을 인정하고 옹호하는 데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혐오와 증오에 맞서기 위해서는 일상적, 사회제도적 차원에서 사회구성원 모두가 불평등과 차별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그 누구도 개별적으로 고립된 채 존재하지 않고 다함께 이 세계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름을 이유로 누군가를 멸시하거나 직접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행위뿐 아니라, 혐오나 증오를 관망하고 방조하는 모든 행위가 증오에의 공모라고 이야기한다. 더불어 우리가 혐오에 맞서는 일을 피해자의 몫으로만 떠넘긴다면 그들은 쉽게 고립되고 절망을 느낄 것이며, 그것 역시 혐오를 방조하는 행위이자 증오에 공모하는 일이 된다고 말한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다름을 멸시하고 배척하는 행위를 멈추고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존재들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하면서 자신과 다른 목소리를 듣고 함께 책임을 나누어 갈 것을, 다함께 ‘우리’를 만들어갈 것을 제안한다.
〈카롤린 엠케 지음 / 정지인 옮김 / 다산초당 펴냄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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