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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5 격주간 제91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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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의 소리] 도시아가씨가 11년차 청년여성농업인이 되기까지 |
김 유 선 (경남4-H연합회 여부회장)
땅이 주는 행복을 나누는 농부! 지금은 함양의 딸기엄마이지만 나는 마산이라는 도시에서 온 당돌한 아가씨였다. 순수한 농촌총각의 졸졸졸~ 따라다니는 끝없는 구애로 결혼 후 함양이라는 이곳에 귀농하게 되었고 올해로 벌써 11년차가 된 청년여성농부이다.
그러던 2014년 어느날 양파 20kg 한망이 4,000원으로 폭락했다. 온 길바닥엔 양파가 버려져 있었고 발에 차일 정도로 양파가 굴러다녔다. 나는 맘이 너무 아팠다. 당장 양파를 팔지 못해 생활비 못주신다는 시부모님의 말씀에 그때부터 지인들을 통해 첫 직거래를 시작하게 되었다.
1톤트럭에 실어올리기 시작하여 다섯차, 총 600망을 창원, 진해, 고성을 돌며 판매하였다. 그리고 내 손에 쥐어진 양파대금 240만원. 기름값에 부모님께 양파값 일부를 드리고나니 나에겐 남는 게 없었다. 이것이 내가 느낀 첫 농업의 현실이었다. 양파는 4,000원, 농업의 가치도 도시사람들에겐 4,000원이었다.
게껍질로 미생물을 키워가며 나의 가족들의 사랑으로 키운 양파인데 나한텐 아주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그 특별함을 전해주고 싶어 ‘딸기엄마양파아빠’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알리기 시작했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흙 위를 거닐며 나는 즐기며 내가 키운 양파의 가치를 한 계단씩 올리고 있다. 농촌은 상생이다. 시골은 모두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만 한다. 우리집은 복합영농으로 딸기, 양파, 한우, 수도작 등을 하고 있지만, 결코 나 혼자만 잘났다고 되는것도 아니었다.
농업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이 너무나 부족했기에 동네 어르신들의 도움도 나한텐 어려웠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함양군4-H연합회. 나에겐 신세계였다. 농촌에서 나의 또래들과 함께 같은 생각을 가지고 농업이란 주제로 밤을 새우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생겼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배우며 연구함으로써 너무나도 큰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청년여성농부로서의 목소리도 내어보고 경상남도4-H연합회의 여부회장도 되어보고 봉사는 물론 배움까지. 농촌이란 도화지에 농업으로 나의 꿈을 스케치하니 어느 순간 난 한 계단씩 성장하고 있다. 특히 2019년 성사된 경남4-H여성회원만을 위한 워크숍에서 여부회장으로서 주체적으로 준비했던 모임이었고, 4-H여성회원들과 즐겁고 행복한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던 뜻깊은 기회였다. 여성회원워크숍을 계기로 여성농업인들이 조금씩 앞으로 나와 여성농업인의 목소리를 내어줬음하는 개인적이 바람이 있다.
난 나를 알리고 내 농산물을 알리고 함양을 알리는 걸 좋아한다. 더 나아가 내가 속한 4-H를 알림으로써 농업을 즐기고 내가 사랑하는 이 농촌의 가치를 도시에 널리널리 퍼트리고 싶다.
그리고 요즘은 4-H연합회를 통해 키운 역량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이바지 하는 사람이 되고 있다. 초등학교 학부모회장으로서 처음 간담회도 주최를 해보고 귀농귀촌밴드활동을 통해 귀농귀촌인들의 영원한 동반자이기도 하다. 함양군4-H연합회로 인한 지역사회 봉사는 물론 요즘은 ‘들어보이소’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함양의 모든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농촌에서 나는 살아남는 것 뿐만아니라 농촌의, 농업의, 농부의, 그리고 나의 가치를 하나씩 공유하려 한다.
앞으로는 우리 청년농업인들이 모두가 상생하고 화합하는 농촌을 이끌 수 있는 차세대 농업인 그리고 4-H본부를 비롯한 4-H연합회, 경상남도농업기술원, 함양군농업기술센터 등 농업·농촌에 힘이 되는 많은 기관들이 밀어주시기에 상생과 체계적인 역량강화가 가능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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