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15 격주간 제919호>
[지도교사 이야기] 나도 쑥쑥! 학생도 쑥쑥! 함께 성장하게 한 4-H

김 다 영 (경기 안산 성포고등학교)

전근 가시는 선생님께서 쑥 넘겨주신 동아리 활동! 이렇게 나와 4-H는 만나게 되었다. 사실 4-H가 무엇을 하는 활동인지, 어렸을 적 시골 어귀에 있는 큰 돌에 새겨져 있던 4-H라는 글자만이 알고 있던 전부였다.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함께 나의 4-H활동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당장 3월이 되어 동아리 구성을 하려다 보니, 무엇을 해야 할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우선 다른 학교 선생님들의 활동을 찾아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였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상자 텃밭 상추 기르기 활동이었다. 그러고 나니 ‘학생들이 과연 가입할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그리고 역시나! 대부분 자신이 가고 싶어 했던 동아리 면접에서 탈락하거나, 떠밀려 온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매일 매일 상추의 상태를 보러 가게 되었고, 의외로 학생들이 상추가 잘 자라도록 매일 가보고, 물도 주는 것이 신기하였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있다 보면, 학생들에게 특히 귀한 것도, 특별히 애정을 오랫동안 주는 것도 느껴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학생들이 상추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학생들은 관심과 애정을 가질 대상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첫 번째 상추 수확을 하면서 학생들은 우리가 준 것이라고는 물뿐이었는데, 신기해하고 뿌듯해하는 학생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한 15명의 상자 텃밭 활동에 지난해에는 60명이 넘는 학생들과 10명의 교사가 참여하게 되었다. 4-H 홈페이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학생들의 감성과 진로를 연결하여 4-H 감성일지를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배부하였다. 처음에는 귀찮아하는 학생들도 꾸준히 일지를 작성하게 되면서 기록하는 습관, 작물의 변화와 함께 자신의 성장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였다.
학생들의 감성일지를 살펴보며, 한 학생이 적어놓은 글 중 뭉클했던 부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얼마 전 운동장을 뛴 나는 너무 목이 말라서 이런단 죽겠어!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내 배추는 어떨까? 나는 내 배추에게 매일 물을 주지 않았다.  내가 배추였다면 얼마나 목이 말랐을까? 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의 배추에게 너무 미안했다’라는 글이었다. 작물을 키우는 활동이 단순히 작물의 성장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을 돌보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자신이 키우는 작물에 대한 애정, 예를 들면, ‘이번에 비가 와서 이름표가 없어졌어요.’ 라든가 ‘진딧물이 끼었어요. 어떻게 해야 하죠?’라는 질문들이 예전에는 ‘인터넷이나 책 좀 찾아서 하지, 맨날 물어보냐?’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자신이 키우는 작물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수준의 기대를 하는 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또 내버려 둔 것처럼 보이더라도 나중에 다시 키우는 것을 보기도 하고, 다시 작물에 관심을 두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자 텃밭 활동이 단순히 작물을 키우는 활동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생명을 키우는 활동이고, 이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키우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나도 예전보다 4-H를 하면서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 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변화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변화는 나를 성장시켰고, 삶을 대하는 시각을 넓혀주었다. 조금씩 조금씩 말이다.
어떤 책에서 읽었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학생들이 스마트폰에 중독이 되는 이유로 학생들은 시시각각 변화하는데,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서 가장 많이 변화하는 것이 스마트폰 안의 세상이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어떤 작물을 키우고, 변화를 느끼는 활동이야말로 학생들의 성장에 가장 필요한 교육이 아닐까 싶다. 또한, 이러한 활동을 지원해주는 4-H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단체라고 생각한다. 많은 학생들이 이러한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또 우리 학교 모든 학생들이 1인 1화분 키우기를 통해 생명의 위대함과 배려의 정신, 돌봄의 마음을 키울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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