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15 격주간 제919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사람을 판단하는 방법
"선한 사람들은 좋아하고 선하지 않은 사람들은 싫어한다
一善者 好之 不善者 惡之(선자 호지 불선자 오지)"
- 《논어(論語)》 중에서


사람에 대한 판단은 매우 어려운 일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그 사람에 대한 평판이 어떠한가부터 살펴보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 아닐까 싶다. 《논어(論語)》에 나오는 공자와 자공의 대화에서도 평판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겠죠?”라는 자공의 질문에 공자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글쎄다. 그것만으로는 좀 부족해 보이는데?”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도 부족하다면 도대체 어떤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진 자공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모두가 미워하는 사람은 어떻습니까?” 이에 대한 공자의 대답도 마찬가지였다. “그것도 부족하긴 마찬가지지.” 공자는 이런 말을 덧붙이며 마무리를 한다. “마을 사람들 중에 선한 사람들은 좋아하고 선하지 않은 사람들은 싫어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제일 낫지 않겠나(不如鄕人之善者 好之 其不善者 惡之).”
군자(君子)에게 칭찬을 받는 사람은 소인(小人)에게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세상의 평판은 믿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 사람에 대해서 알 수 있을까. 공자는 세평(世評)에 의존하지 말고 직접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사람들이 그를 미워하더라도, 사람들이 모두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자세히 살펴보고 판단해야 한다(衆惡之 必察焉 衆好之 必察焉).”
그의 재주나 인품이 너무 뛰어나 그를 시기하거나 질투하여 미워할 수도 있다. 자신의 주체적인 뜻을 숨기고 만나는 사람마다 그 사람이 듣기 좋아하는 말만 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좋은 평을 받기도 한다.
군자는 자신에게는 설사 불이익이 되더라도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옳다면 그를 지지한다. 그러나 소인은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옳다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그를 비난한다. 공자가 ‘반드시 자세히 살펴보라(必察焉)’고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나아가 함께 일을 해보면 그 사람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군자 밑에서 일하기는 쉽지만 그를 기쁘게 하기는 어렵다. 기쁘게 하려고 노력해도 그것이 도리에 맞지 않으면 군자는 오히려 싫어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을 부릴 때는 그의 재능과 도량을 고려하여 일을 시키기 때문에 일하기가 쉽다. 반면에 소인 밑에서 일하기는 어렵지만 그를 기쁘게 하기는 쉽다. 아첨하려고 하면 소인은 그것이 도리에 맞지 않더라도 기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을 부릴 때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일을 시키기 때문에 일하기가 어렵다.”
《논어(論語)》에 나오는 공자의 조언이다. 유불리가 아닐 도리에 맞는지를 따져보는 사람이 군자라는 뜻이다. 군자는 나의 이익과 나의 기쁨에 연연하는 게 아니라 공공의 이익과 공공의 기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불의(不義)를 보면 화를 내기도 한다.
자공이 공자에게 “선생님도 미워하는 것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남의 결점을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는 사람을 미워한다. 자신이 못하는 것은 문제 삼지 않고 뛰어난 사람을 헐뜯는 사람을 미워한다. 용맹하지만 무례한 사람을 미워한다. 과감하기만 하고 융통성이 없는 사람을 미워한다.”
수많은 정보가 우리 주변을 떠도는 요즘이다. 길에서 얻어들은 이야기를 마치 진실인양 떠들며 옮기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때일수록 ‘반드시 자세히 살펴보라(必察焉)’는 공자의 충고를 잊지 말자.
이도환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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