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01 격주간 제918호>
[학교 4-H 탐방] “우리 어리지 않아요”…무엇이든 스스로 척척
전북 전주동중학교

4-H장점은 ‘다양한 경험’
엄마한테 도마 보여줬더니 모처럼 대화에 웃음꽃 피어
개인별 과제기록장 작성 캐비닛에 빼곡이 보관해


<김지만 교장>
학교에 4-H회가 조직된 건 2019년 초. 전주동중학교4-H회(지도교사 김학전·회장 김권영(3학년))는 1년 밖에 되지 않은 신생4-H회다.
지난해 4-H회를 새로 조직하면서 회원모집을 했더니, 학생 40여명이 찾아왔다. 이들로 1학기 4-H활동을 꾸려나갔는데, 반응이 괜찮았다. 2학기로 접어드니 13명의 새 얼굴들이 찾아왔다. “선생님, 4-H활동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나요?” 새 식구들이 늘어나 4-H회원이 53명으로 늘어났다.
신입회원이 들어오면 4-H이념, 서약, 노래 등 기초 소양교육을 지도교사가 맡아서 진행한다. 이를 제외하면 전주동중학교4-H회 활동은 모두 회원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다. 김학전 지도교사가 4-H회원들과 함께 만들어가고픈 4-H활동의 원칙이기도 하다. 실제 회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도 모든 것은 너희 스스로 하라며 웬만하면 개입하지 않는다. 때로는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도 토론하고 협의하면서 배움의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이거나 괜한 오해를 사는 것이 꺼려져 학생 개인이 하기엔 부담스러운 취미활동을 공식적인 4-H활동으로 정해서 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당구 배우기, 오락실 가기, 노래방 가서 신나게 놀기 등을 4-H활동을 통해 건전한 놀이문화로 즐기는 식이다.
4-H활동은 개인의 즐거움을 넘어 교내 환경을 아름답게 바꾸는 데에도 일조했다. 학교 한 편에 조성된 화단에 가을이면 국화를 심고, 겨울이면 꽃배추를 심어 자연의 이치와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과제활동으로 진행한 천연도마 만들기는 회원뿐만 아니라 학부모로부터 굉장히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트, 네모, 고래, 물고기 모양 등 개성 넘치는 도안으로 디자인해서 만든 도마를 각자 집에 가져갔는데, 김학전 지도교사는 아들과 오랜만에 웃으면서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전화며, 이걸 아까워서 어떻게 쓰냐는 전화며, 여러 통의 어머니 전화를 받은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전주동중학교 4-H회원들이 손수 만든 도마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직된 지 얼마 되지 않은 4-H회에서 이와 같은 여러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김지만 교장의 전폭적인 뒷받침과 전주시농업기술센터의 예산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51년 설립된 전주동중학교(교장 김지만)는 전체 25학급 769명의 재학생이 미래의 꿈을 키우고 있다. 김 교장은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학교 4-H활동에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고 있다.
2003년부터 장수, 진안, 전주 등 여러 학교에서 4-H를 지도해 온 김학전 지도교사는 지난해 이 학교에 부임하면서 4-H회를 새로 만들었다. 학교를 옮길 때마다 4-H회를 조직하는 이유는 늘 같았다. 학생들에게 정규 교과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것을 4-H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어서였다. 내년에는 젊은 선생님 두 분이 4-H지도교사로 함께 해 주기로 했다.
시·도·중앙 단위 행사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농촌체험활동, 부안 해수욕장 주변 쓰레기 줍기 자연사랑 봉사활동, 전국 학생 모의국회 등 지역과 중앙의 연계 활동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회원 2명이 전라북도4-H본부와 전주시4-H본부에서 장학금을 받았는데, 대상자를 회원들이 회의를 통해 합의해서 선발했다고 한다.
김학전 지도교사는 4-H회원들이 작성한 과제활동기록장을 캐비닛에서 한 뭉치 꺼내 보였다. 기록장 양식은 홈페이지(www.korea4-h.or.kr)에서 내려 받은 것이란다. 페이지를 넘기며 설명하는 그의 얼굴에 옅은 미소와 함께 뿌듯함이 묻어난다.
4-H활동을 통해 회원들이 리더십과 의사소통능력을 배우고, 미래의 현명한 먹거리 소비자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그의 바람이 전주동중학교 4-H회원들의 마음속에 잔잔히 쌓여가고 있다.
정동욱 기자 just11@4-h.or.kr

취미활동으로 당구를 배우고 있는 전주동중학교 4-H회원들.과제 선정은 회의를 통해 민주적으로 결정했다.
 
전라북도 학생4-H회원 자연사랑 봉사활동에 참여해 바닷가 주변 쓰레기를 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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