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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5 격주간 제91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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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현장] 국산 바나나 선구자…무농약·유기농으로 틈새시장 공략 |
강 승 훈 회원 (경남 산청군4-H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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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훈 회원은 경남 산청에서 바나나 대량 생산에 성공해 국산 바나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겼다. |
수입 농산물이 밥상을 차지하고 있는 요즘, 국산 바나나 대량 생산에 성공해 새로운 도전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청년농업인이 있다.
경남 산청에서 바나나 농사를 크게 짓고 있는 강승훈 회원(35·경남 산청군 생비량면 도전리)은 국산 바나나의 선구자로 불린다. ‘내륙 1호’ 바나나 생산이라는 값진 별칭도 얻었다. 강 회원에 따르면, 제주도를 제외하고 내륙에서 바나나를 전업으로 재배하고 있는 농가는 산청, 진주, 합천 등 경남 일대의 4~5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값싼 수입 바나나를 제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만큼 국산 바나나가 과연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 강 회원이 처음에 국산 바나나 농사를 짓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만류했지만, 부모님은 그를 믿고 그의 도전을 지지했다.
대학에서 베트남어를 전공한 강승훈 회원은 하노이에서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가 파프리카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돕기 위해 진주로 돌아왔다.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경영시스템을 정비하면서 생산량과 매출, 수익성이 점차 좋아졌다. 그것도 잠시뿐. 파프리카 시세가 갈수록 떨어져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새로운 대안이 필요했다. 그가 선택한 대체작물은 ‘국산 바나나’였다.
사실 판로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국산 바나나를 재배한다는 건 모험이나 마찬가지였다. 국내 과일 소비시장에서 바나나는 늘 선두를 놓치지 않을 만큼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과일이었다. 생과일의 특성상 화학약품이나 농약을 치지 않고는 들여오기 힘든 수입산 바나나 대신 국내에서 재배한 무농약 바나나라면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부지 2만3,000㎡에 조성된 대형 온실 하우스에는 5,600주의 바나나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한 구역마다 수확기간이 2개월 걸리는데, 구역별로 정식 시기를 달리 해서 연중 생산체제로 만들어놨다. 현재는 무농약으로 재배하고 있고, 지난해부터 유기농 재배를 시작해 유기전환기에 있다. 3년의 기간이 끝나는 2021년 1월이면 유기농 인증도 받게 된다. 그래서 브랜드 역시 ‘Organic’에서 이름을 딴 ‘올 바나나’라고 지었다.
“국산 바나나는 수입산보다 가격이 2~3배 비싸지만, 재구매율이 높습니다. 친환경 유기농을 선호하는 주부, 아기를 키우는 젊은 엄마, 몸이 편찮은 어르신들이 주요 고객층이죠.”
바나나 농사 3년차에 접어든 강승훈 회원. 그는 판로 개척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첫해엔 고가 소량판매 전략을 세워 백화점, 새벽배송서비스 등 소매 위주로 판매를 했다. 올해부터는 지역농협과 연계해 군납과 학교급식에 전체 생산량의 70%를 납품하면서 대량판매 비율이 급성장했다.
강 회원이 4-H회원으로 활동을 시작한 건 2017년부터다. 국산 바나나가 조금씩 알려지고, 산청군농업기술센터와 관계를 맺게 되면서 4-H회에 가입을 하게 됐다. 분기별 모임을 갖고, 선진지 견학을 비롯해 청년농업인 교류활동을 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 혼자 농장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4-H활동에 시간 내기가 만만치 않지만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다고 한다. 육묘에서부터 교육, 견학, 체험에 이르는 6차 산업까지 가능한 농업 멀티플렉스를 꿈꾸는 강승훈 회원은 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쉼 없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정동욱 기자 just11@4-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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