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5 격주간 제907호>
[지도자 탐방] 흙에서 욕심 없는 인생관 터득한 홍천농업계 ‘달마도사’

강 천 우 회장 (강원 홍천군4-H본부)

40여 년 전 옥수수4-H과제활동을 펼쳤던 강천우 홍천군4-H본부 회장(사진 왼쪽)은 지금 ‘홍천군 찰옥수수 명품화사업’을 통해 농업인들의 소득증대에 힘쓰고 있다.


온도계가 35도를 찍는 폭염 속에서도 홍천농협 미곡종합처리장에는 옥수수작목반 회원들이 그동안 땀 흘려 가꾼 옥수수를 차에 실어 들여오고 있었다. 어른 팔뚝만한 옥수수들이 검수를 마치고 지게차에 실려 작업장으로 옮겨진다. 산처럼 쌓인 옥수수의 껍질을 벗겨 상자에 담는 농민들의 손길이 바쁘다. 이 옥수수의 일부는 택배로 또 일부는 현장에서 팔리고, 나머지는 냉동보관 된다고 한다.
이 작업을 현장에서 직접 지휘하고 있는 강원도 홍천군4-H본부 강천우 회장(63·홍천읍 당뿌리길 56)을 찾았다. 강 회장은 땀을 뻘뻘 흘리며 옥수수를 검수하고 있었다. 포대에 담긴 옥수수를 훑어만 보고도 품질을 알아내어 등급을 매긴다.

명품화사업으로 이어진 과제활동

강 회장은 홍천군옥수수작목반 대표를 맡고 있다. 홍천군의 옥수수 주생산지는 북방면과 두촌면이다. ‘홍천군 찰옥수수 명품화사업’으로 약 70ha에서 옥수수를 재배해 농가 소득을 올리고 있다. 강원도농업기술원이 가장 맛있고 우수한 종자로 개발한 ‘미백2호’도 이 지역에서 종자를 보급하고 있다. ‘강원도’ 하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대표 농산물인 옥수수, 이 옥수수의 본고장이 바로 홍천이고, 옥수수 명품화를 앞장서 이끌고 있는 사람이 바로 강 회장이다.
그가 옥수수와 인연을 맺은 건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참 배고프고 어려웠던 시절에 4-H과제활동으로 선정한 것이 바로 옥수수과제였다. 강 회장은 홍천읍 검율리에서 25명의 회원들을 모아 ‘달진4-H구락부’를 조직했다. 봄과 여름에는 옥수수과제활동을 했고, 겨울에는 새끼를 꼬아서 판매해 4-H활동 기금을 조성했다. 그리고 군대를 제대한 1980년도에 홍천군4-H연합회장을 맡았다.
“당시에는 한 이동단위에도 여러 개의 마을이 있었고, 그 마을마다 4-H가 있었죠. 홍천군 4-H회원만도 2,600여명이나 됐으니까요. 마을마다 순회하면서 동네 공회당이나 사랑방에 모여 4-H이념을 가슴에 새기고 농촌 발전을 위해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그 당시 익힌 회의 진행과 회의록 작성, 과제활동 기록, 농업·농촌을 사랑하는 피 끓는 열정 속에 강 회장은 성장했다. 그는 태어난 집과 마을을 지금까지 한 번도 떠나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돈 버는 일에는 다소 소홀했지만 4-H리더십으로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며 좀 더 나은 농촌과 농업인 삶의 질을 높이는데 젊음을 불태웠다.

4-H정신으로 농업 발전에 앞장서

강 회장의 별명은 ‘달마도사’다. 육중한 체구에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는 외모가 달마를 닮기도 했다. 하지만 4-H정신으로 흙을 일구고 어려운 농업현실에 맞닥뜨리면서 터득한 그의 욕심 없는 인생관이 ‘달마도사’라고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이름이 되었다.
그는 현재 홍천군4-H본부 회장, 한국농촌지도자홍천군연합회장, 홍천군농민축산단체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주산업이 농업인 홍천에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농업계를 이끌고 있다. 그는 전국의 여러 시군에서 도입하고 있는 농민수당도 주민발의로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 지원에만 의지하지 말고 ‘농업인 스스로 자강(自强)·자립(自立)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업인이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특화된 작목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를 이어서 명품화된 작목을 재배해야 된다는 것이다. 또 여러 개로 나뉘어 있는 농업인단체들도 하나로 묶어야 제대로 힘을 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농업·농촌의 미래를 위해서는 후배 4-H회원 육성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그래서 청년4-H회원 및 학생4-H회원들과의 만남과 유대관계를 갖는 일에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조두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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