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15 격주간 제895호>
[기고문] 우즈베키스탄에 4-H를 심자

제 해 신 (전 장흥군농업기술센터 소장)

얼마 전 나는 해외 공적원조사업(ODA)의 일환으로 농촌진흥청에서 운영하는 KOPIA(Korea Program on International Agriculture) 우즈베키스탄 센터에 3개월 동안 농업전문가로 파견되어 활동하고 지난 연말에 귀국하였다.
이 나라는 전체 인구 약 3,200만명 가운데 6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농업국가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농업이 국가 기반산업이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펼쳐져 있는 목화밭과 밀밭, 그리고 옥수수밭 등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소와 양 등 가축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풀을 뜯어 먹고 있는 모습 또한 장관이다.
축산 부분의 컨설턴트로 이곳에 머무는 동안 여러 곳의 농촌을 찾아 갔으며, 많은 농업인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농촌의 생활 모습이 우리나라 70년대와 흡사하여 자칫 과거로 다시 되돌아 온 착각 속에 빠지곤 하였는데, 한편으론 배우려고 하는 의지와 잘 살아보겠다는 노력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이 나라의 또 다른 경쟁력은 농촌에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보통 3대가 함께 살고 있는 가운데 자녀들이 5명 내외로 서로 농사일을 함께 하며 살고 있다.
필자는 1975년 경기도 부천시에 있던 한미재단 4-H훈련농장을 수료하였다. 당시 전국의 4-H회원들을 대상으로 앞서가는 미국의 농업기술을 실습을 통해 알려 주었고, 젖소와 요크셔 종 등 하얀 돼지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기회도 주는 등 외국 농업을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가르쳐 주는 곳이었다. 이는 농촌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 미국의 4-H운동을 우리나라에 심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자 배려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우리나라도 아직 4-H가 전해지지 않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4-H 확산운동을 전개해야 될 때라고 생각한다.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에 농촌개발의 일환으로 농촌진흥청과 한국4-H본부가 중심이 되어 4-H 정신을 전파하여 지구촌 청소년이 건전한 사고를 갖도록 힘을 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즈베키스탄에 머무르는 동안 코피아 우즈베키스탄 센터에서 운영하는 시범농장에 견학을 온 ‘청년연맹’ 회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들 회원들은 한 손에 노트를 들고 있었으며, 한국식 비닐하우스와 농작물을 유심히 관찰하며 하나하나 기록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70년대 4-H회원 시절 ‘과제(課題)가 생명이다’라고 하면서 열심히 과제장을 기록하였던 모습을 연상해 내었다. 또한 연맹 회장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4-H를 설명하였을 때, 이 분 또한 한국의 4-H본부를 알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하나의 가능성을 찾을 수가 있었다.
중앙아시아의 심장부이며, 실크로드의 중심국가인 우즈베키스탄에 4-H를 심어주어 이 나라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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