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01 격주간 제876호>
[만나봅시다] 착한 대출〈무이자·무담보·무보증〉, 따뜻한 나눔으로 어려운 이웃에 희망을

이 창 호 상임대표 (사단법인 더불어사는사람들)

이창호 더불어사는사람들 상임대표는 무이자·무담보·무보증 대출로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에게 삶의 의지를 불어넣고 있다.

제도권 금융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신용불량자나 취약 서민층은 소액 급전이 필요해도 돈 빌리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월세나 생활비가 필요한데 돈을 빌릴 곳이 없어 곤경에 빠진 사람들에게 담보나 보증도 필요 없이, 게다가 무이자로 대출을 해 준다면 세상에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할까?
사단법인 ‘더불어사는사람들’은 대출신청서에 대출자가 작성한 신용상태, 자산, 직업 등을 믿고 최대 100만원까지 돈을 빌려주는 곳이다. 3無(무이자·무담보·무보증) 원칙을 고수하며 선순환 방식 금융복지를 표방하는 이 소액대출 단체를 7년째 이끌고 있는 이창호 상임대표(62).
2011년 8월 자신이 출자한 2,500만원과 뜻을 함께 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500만원 등을 합해 자본금 3,000여만원으로 사단법인을 설립했다. 소병기 4-H선배도 신용협동조합 운동에 힘을 보태주면서 더불어사는사람들 부이사장을 맡아줬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뜻을 모았지만, 처음엔 홍보도 안 된데다 믿기 어려운 후한 조건 때문에 돈을 빌려줄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반년이 지나서야 지역 자활센터를 통해 대출자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지난 7년간의 대출 실적은 1,500건 대출 건수에 총 대출액은 5억원이다. 상환율은 80% 정도다. 초기에는 100만원 하던 대출금액을 50만원으로 낮추고, 지금은 수요가 많아 건당 30만원 정도를 대출해준다.
법인 설립 이듬해, 한 일간지에 이 대표의 선행이 2면에 걸쳐 특집 기사로 다뤄지면서 후원금도 대폭 늘어났다. 지금까지 누적액으로 2,000만원을 후원해주시는 분도 있다고 감사를 표했다.
상임대표라는 직함에 어울리지 않게 이 대표는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서 해결한다. 직원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월급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출상담, 대출금 회수, 미수금 관리까지 모든 일을 혼자 무보수로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신진공고를 졸업한 후 1973년 GM코리아에서 생산직으로 첫 직장생활을 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는데, 그때 신용협동조합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노력한 만큼 결실을 거둘 수 있는 농사의 매력에 빠져 1976년에는 강원도 원주로 내려가 사비를 들여 가나안농군학교에서 2주 과정의 교육을 받기도 했다. 당시 경기도농업기술원 이양재 인력육성계장이 강의를 하러 왔었는데, 그 때 맺어진 인연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꼭 대출이 아니더라도 대출 신청자가 원하는 바를 이루도록 돕는 것 역시 ‘더불어사는사람들’의 운영방식이다. 대출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금융정보, 의료서비스, 생필품 등도 지원하고 있다. 이를테면, 치과 치료를 받기 위해 돈을 빌려달라는 사람에게는 대출 대신 무료로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원을 연결해주는 식이다.
3無 대출에 복지 서비스까지 더해져 더 많은 취약 서민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후원금을 내지 않더라도 재능기부 형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이 대표는 외부 활동에도 시간을 많이 낸다.
지난해 출범한 사단법인 ‘서민금융연구포럼’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곳은 은행, 저축은행, 대부업 등 금융권 퇴직자들을 주축으로 660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금융 소외계층 없는 따뜻한 세상 만들기를 캐치프레이즈로 나눔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16년 서울구치소 교정위원으로 위촉돼 두 달에 한 번 구치소를 찾아가 출소를 앞둔 출소예정자들의 사회 복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상담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유토피아가 아닙니다. 무이자 신용대출은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 사회가 깊은 관심을 갖고 착한 대출을 통해 따뜻한 나눔을 함께 만들어 나가길 희망합니다.”
우리 사회가 잔잔히 변화하는 그 움직임 속에는 이 대표의 더불어 사는 마음, 착한 나눔도 분명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정동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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