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일에 집중하면 밥 먹는 것도 잊는 사람이다
發憤忘食(발분망식)"
- 《논어(論語)》 중에서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주변에서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는 경우가 많다. 남녀 사이의 사랑이 그렇고 스마트폰 게임에 푹 빠진 사람도 마찬가지다. 연예인을 향한 팬심도 비슷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유가(儒家)에서는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과하지 않게, 적당한 순간에 그치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공자도 그렇게 했을까?
《논어(論語)》를 살펴보면 공자가 스스로 자신을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발분망식(發憤忘食)’이 그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번역하자면 “나는 한 번 필이 꽂히면 밥도 먹지 않고 매달리는 사람이다.” 정도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적절한 때에 그치는 것이 좋다’는 가르침과 반대가 아닌가.
앞뒤 맥락은 이렇다. 누군가 공자의 제자인 자로(子路)에게 ‘당신의 스승인 공자는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물었다. 자로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말문이 막혀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스승님을 몇 마디 말로 표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이었을지 짐작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이야기를 나중에 전해들은 공자가 “어허, 아직도 나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말이야? 이제라도 잘 알아두어라. 나는 어떤 일에 집중하면 밥 먹는 것도 잊는 사람이며(發憤忘食), 그 일을 해결해내면 너무나 기뻐 모든 근심걱정을 다 잊어버리는 사람이다(樂而忘憂). 그래서 늙어간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不知老之將至云爾).”
그렇다면 공자는 무엇에 집중할 때 밥도 잊고 근심 걱정도 잊는가. 바로 공부할 때다. 학문을 연구할 때다. 인생에 대해 고민할 때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공익적인지 따져보는 시간이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결론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적절한 해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 화가 치민다(憤). 그래서 더욱 분발(奮發)한다. 마침내 환하게 앞뒤 맥락이 이해되고 지나치지도 않고 모자란 것도 아닌 적절한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되면 너무나 기뻐서(樂) 모든 근심걱정을 다 잊는다(忘憂). 나이도 잊고 세월의 흐름도 잊는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깜짝 놀라 미친 것처럼 난리를 치는 짐승과 다른 삶을 꿈꾼 것이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화를 이기지 못해 함부로 날뛰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어떠한 순간에도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결론을 내리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뜻이다. 그러한 노력에는 ‘적당히’가 없다.
방점이 찍힌 곳은 어디인가. ‘발분(發憤)’이다. ‘분(憤)’은 분하다, 원통하다, 괴롭다 등을 나타낸다. 모르는 게 있으면 분하고 원통해서 참을 수 없는 감정을 느껴야 한다. 반드시 알아내겠다는 의욕이 불타올라야 한다. 스스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을 때, 이해가 가지 않을 때, 잘 하지 못할 때, 명쾌한 결론을 내릴 수 없을 때, ‘에이, 내가 그렇지. 난 안 돼.’라고 포기하거나 ‘비슷하게 흉내나 내고 말지.’라고 체념하거나 ‘밥이나 먹고 합시다!’라고 뒤로 물러나서는 안 된다.
당신은 언제 분하고 원통함을 느끼는가. 바로 그 지점에 당신의 개성이 존재한다. 무엇인가를 이루고 싶다면 ‘발분(發憤)’해야 한다. 적당히 비슷하게 어영부영해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내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고 세상을 원망하고, 타인을 질투할 필요는 없다.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나는 진정으로 나 자신에게 ‘발분(發憤)’했는가.
〈이도환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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