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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1 격주간 제87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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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의 고전산책] 말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 |
"말이 간결하면 ‘도’에 가깝다
言簡者近道(언간자근도)"
- 《격몽요결(擊蒙要訣)》 중에서
말을 조심하라는 이야기는 이제껏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온 것 중에 하나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도 되지만 그만큼 실천하기 어렵다는 뜻도 포함돼 있으리라.
유가(儒家)의 학자들 중에 ‘말을 조심하라’는 충고를 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송나라의 학자 정이(程)는 “마음의 움직임은 말에 의해 밖으로 드러난다. 그러므로 조급한 마음은 조급한 말로 드러나고 마음을 함부로 놓아두면 아무 말이나 마구 내뱉게 된다. 반대로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있으면 마음까지 조용한 상태로 접어든다. 말은 모든 세상일의 중심에 선다. 싸움과 화해가 모두 말을 통해 이루어지며 좋은 일과 나쁜 일도 모두 말에서 시작된다. 명예를 얻는 것도 치욕을 당하는 것도 모두 말 때문이다.
잘 모르는 것을 말로 표현하게 되면 번잡스럽고 복잡해져 결국 오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함부로 말하는 것은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해를 끼치며, 좋지 않은 말을 하게 되면 반드시 좋지 않은 말을 듣게 된다. 그러므로 말을 할 때에는 반드시 이치에 맞는지 따져보고,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한다. 그 중에 어느 하나라도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말하지 말아야 한다.”
결론은 무엇이냐. 되도록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면 언제 말을 해야 하는가. 정이의 형님인 정호(程顥)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자.
“말을 아끼라는 말은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고 깊게 생각한 후에 말하라는 뜻이다. 반드시 말을 해야 할 경우라면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확실하게 말을 해야 한다. 만약 그 말 때문에 나를 비롯하여 누군가의 목숨이 위태로운 경우가 생긴다 하더라도 해야 할 말은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말은 에둘러 말하는 게 아니라 정확하고 명확해야 한다.”
목숨을 걸 정도의 확신과 의지가 있을 때 입을 열라고 말한다.
《주역(周易)》에도 ‘修辭立其誠(수사입기성)’이라는 문장이 나온다. ‘말을 잘 다듬어야 성실해진다’는 뜻이다. 말을 잘 다듬는다는 것의 의미는 말을 잘 꾸며서 하라는 뜻이 아니다. 함부로 말을 하지 않고, 한 번 말을 했으면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는 의미다. 말을 앞세우라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앞세우라는 것이다.
어느 날, 정호(程顥)의 제자 중 한 사람이 “저는 하루에 세 번씩 스스로를 반성합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들은 정호는 “참으로 딱하구나. 그렇다면 그 나머지 시간에는 무엇을 하느냐?”라고 말하며 제자에게 핀잔을 주었다. 증자가 이야기한 “나는 날마다 세 가지에 대해 반성한다. 사람을 대할 때 진심으로 대했는가? 친구와의 신의를 지켰는가? 성실하게 공부했는가?”라는 말을 비슷하게 흉내를 내며 그럴싸하게 말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승의 핀잔을 받은 제자가 “특별히 할 말이 없어서 그랬습니다”라고 말하자 정호는 이렇게 말했다. “특별히 할 말이 없으면 입을 다물고 있으면 되지 않겠느냐?(無可說 便不得不說)”
율곡도 《격몽요결(擊蒙要訣)》을 통해 “말이 많지 않고 간결한 사람이 ‘도’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言簡者近道)”라고 충고했다.
말을 하기 전에 깊이 생각해야 한다. 생각의 그릇에 생각이 가득 차올라 흘러넘쳐 나오는 것이 말이어야 한다.
억지로 그릇을 기울여 쏟아내면 그릇에 무엇이 남겠는가. 생각도 없이 말만 있는 상황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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