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15 격주간 제869호>
[시 론] 지속가능한 농어촌, 로컬푸드와 재생에너지로부터!

"역설적이게도 농사짓는 사람은 먹고 살기 어렵게 되고, 농사짓지 않는 사람이 먹고 살기 좋아진 것이다. 먹는 에너지에서 이용하는 에너지로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박 영 범 (지역농업네트워크 이사장)

사람은 먹어야 산다. 먹는다는 것은 에너지를 섭취하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식량은 식물들이 광합성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모은 것이다. 고기를 먹는 것은 식물이 모은 에너지를 먹은 동물을 먹는 것이다. 먹는다는 것은 태양에너지를 먹는 셈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먹는 에너지에 집중했다. 농식품산업이 그것이다.
600만년의 인류 역사에서 고작 600분의 1에 불과한 1만여년 전에 처음으로 농사를 짓게 된 농업혁명으로 사람은 태양에너지를 채집하여 먹는 법을 배웠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그러니까 산업혁명 전, 불과 200여년 전까지 농업이 중심산업이었다. 가장 큰 자산은 농지이고, 농사를 많이 지으면 부자였다. 경제는 농업을 중심으로 움직였고, 태양에너지를 모아내는 능력(농업생산성)의 한계 내에서 경제가 성장하였으며, 인구 또한 그 한계 내에서 아주 조금씩 증가하였다. 한마디로 지속가능한 사회경제였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에는 먹는 에너지보다 이용하는 에너지가 중요해졌다. 소와 말과 사람이 일하던 세상에서 기계와 자동차와 선박이 일하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이들을 움직이는 에너지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에너지다. 화석에너지는 그 옛날 태양에너지가 응축되어 땅속에 저장된 것이다. 곧 바닥을 드러낼 유한한 에너지다. 탄화수소 형태로 응축된 에너지 덩어리를 태워서 사용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많은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방출했고, 역사 이래 처음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비중이 400ppm을 넘어섰다. 심각한 수준의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대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또 하나의 문제는 1820년 10억명, 1900년 15억, 1960년 30억에 불과했던 지구상의 사람 수가 현재 75억이고, 곧 100억에 이른다는 것이다. 화석에너지를 펑펑 쓴 덕분이다. 저금해 놓았던 것을 한꺼번에 인출해서 낭비한 셈이다. 만들어진 비용은 지불하지 않고 땅속에서 꺼내는 비용만을 계산하여 썼기 때문에 화석에너지는 싸다. 매우 싸다. 매우 싼 화석에너지로 단기간에 인류는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이제 재생에너지로의 근본적인 전환 없이는 인류 공멸을 막을 수 없다. 2000년대 이후 전세계 곡물 재고는 급감하고 있고, 곡물 가격지수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농업이 중요하지 않은 세상에서 사람과 돈이 농촌에서 도시로 향했다. 더구나 수입개방 이후에는 전세계의 싼 농산물이 밀려들어와 농사짓고는 밥 먹고 살기 어렵게 되었다. 역설적이게도 농사짓는 사람은 먹고 살기 어렵게 되고, 농사짓지 않는 사람이 먹고 살기 좋아진 것이다. 먹는 에너지에서 이용하는 에너지의 세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지난 50년 동안의 급속한 산업화가 곧 그 과정이다. 스마트폰 하나의 가격이 우리나라 사람 6년치 쌀값이다. 화석에너지에 취한 거꾸로 된 세상의 거꾸로 된 가치체계이다.
최근 깊은 바닷속 석유시추관이 파열되어 멕시코만이 시커먼 석유바다로 변하고, 땅속의 쪼가리 석유를 후벼 파내는 오일샌드 시추로 지하수가 오염되고 인공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내일을 담보로 오늘을 살기 위한 무책임한 화석에너지 세대의 탐욕이다. 먹는 에너지 곡물과 이용하는 에너지 석탄석유(전기)를 컨트롤하는 뉴욕, 런던, 동경과 여의도 금융자본의 필사적인 마지막 노력은 허망하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더 이상 살 수 없음을 절감한다.
지난 몇 년간 매년 40~50만명이 귀농귀촌하고 있다. 작년에는 그 중 절반 이상이 40세 미만이었다. 개발시기 농어촌을 등지고 도시로 향했던 거대한 이농탈농 흐름이 역전되어, 이도탈도의 흐름이 도도하다. 돌이키기 어려운 역전이다. 이들은 온 몸으로 도시의 번영과 개인의 쇠락을 경험한 후 고통스러운 결단을 거쳐 지속가능한 미래의 생활문명을 향해 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싸고 안정적인 지역에서의 주택과 일자리를 토대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다.
미국방식의 사회경제, 신자유주의가 쇠퇴하고, 로컬푸드와 지역순환푸드시스템, 협동사회경제와 생활경제를 통한 지역순환경제망, 화석에너지에서 벗어난 지역 재생에너지 중심의 스마트그리드, 상호금융 중심의 지역순환 금융망이 주목받고 있다. 빠르게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제 농업·농촌은 사람이 먹는 에너지와 쓰는 에너지를 모두 책임져야 한다. 사회경제의 중심이 에너지를 따라 이동하고, 정치와 권력도 같이 이동할 것이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지역과 농업이 중심이 되는 미래를 위해 우리는 로컬푸드와 재생에너지에 집중해야 한다. 필승의 길이고 공생의 길이다.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4-H다이어리
다음기사   2022년까지 청년농업인 1만명 육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