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15 격주간 제869호>
원로지도자의 4-H이야기 ‘만경(萬頃)’ (47)

미래 4-H를 위한 만경과의 대화

연포(燕浦) 강 건 주 (한국4-H본부 고문)

편집자 주 : 지난 2년간 본 칼럼을 통해 흥미진진한 ‘4-H 이야기’를 전해주신 원로 만경과 한국4-H의 현주소와 미래를 향한 도전에 대해 독자들과 더불어 깊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본 칼럼은 47~49호에 연재될 예정입니다.

Q. 우선 간단한 인사말씀 부탁합니다.
A. 칼럼 지면을 장기간 나누어 주어 고맙습니다. 한국4-H운동 70년의 역사가 빠르게 흐르는 동안 4-H운동은 우리 사회, 경제, 교육, 정치, 문화 등에 많은 변혁을 가져 왔지요.
전근대적 빈곤타파, 인간으로서의 새로운 가치 창조와 국민적 우수성을 남김없이 발휘한 데는 우리 450만 4-H인들의 피와 땀의 결실이 큰 역할을 했지요. 그러나 한국4-H는 여전히 할 일이 많아요.
학생4-H회원의 경우 비회원 학생들이 겪는 많은 문제들(입시, 집단 따돌림, 게임 중독, 중2병, 은둔형 외톨이, 학교 졸업 후 진로문제 등)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에 대한 해결책은 과연 무엇일까요? 저는 오직 4-H 뿐이라 확신해요.
사회적 불안을 자극하기 보다는 자존감을 높이고 삶의 길을 개척해 나갈 긍정적 태도와 활동을 기르는 문화적이고 실천적인 교육활동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되는군요.
교육은 왜 필요한가? 이 물음에 미국의 사회학자 루이스 멈퍼드(Lewis Mumford, 1895~1990)는 그의 저서 좥기술과 문명좦에서 ‘앎(知·學)과 삶(生)이 완전 일치하는 생활이 문명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책을 통해 아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실행 즉 실천을 행하는 조화된 삶이 문화인 동시에 문명으로 가는 올바른 길이라 한 것이지요.

Q. 과거 긴 세월 4-H와 함께 하면서 인상에 남는 것은?
A. 많은 희비의 쌍곡선이 교차되는데 가장 감동적인 것은 바로 농촌자원지도자들의 존재라 하겠어요. 우리는 한국전쟁 중에도 수천명의 열성적인 농촌 지도요원들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지요. 이들은 오로지 ‘농촌부흥’이라는 열망 아래 일사불란했지요.
이들은 당시 한 장의 전단지에 소개된 농사교도사업 소개글과 4-H 설명문을 접하면서 이에 열광하고 동기부여를 얻었지요. 그리고 후일 농촌지도공무원, 지역사회 지도책임자로, 4-H 자원지도자로 부상하게 되었고, 농촌 재건의 선도자를 자처하면서 4-H운동 전국 확산의 기폭제가 된 것이지요. 이들의 봉사와 결속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한국 농촌은 여전히 동남아 여러 후진국과 같은 고통스런 삶을 이어 왔을 거예요.

Q. 4-H운동과 4-H사업의 개념에 대한 구분은?
A. 두 개념은 유사점이 많아요. 서로 바늘과 실 같은 존재지요. 초기4-H 발전 단계에서는 두 가지 개념을 명확한 구별 없이 사용했지요. 그러나 지금은 4-H운동은 지역사회 현지에서 4-H조직과 확산을 대변하는 것으로 많이 쓰이지요.
한편 4-H사업은 보편적인 면에서 4-H운동을 지원하는 모든 활동을 총칭한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 4-H운동은 4-H회원들의 대외적 활동, 다시 말하면 4-H의 진실된 수용 태도와 이에 호응하는 사회적 기부문화와 정부 차원에서 청소년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국고를 지원하는 등 삼위일체가 되어야 해요.

Q. 한국 4-H회원 증가와 재확산에 대한 소견은?
A.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문제인데, 가능성은 많다고 봐요. 현시점에 내포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현명하게 분석하여 대책을 강구한다면 충분히 가능하지요.
이 문제는 아주 긴급히 착수해야 될 중점과제예요. 우선 해결책으로 중앙정부의 관계부처 차원에서 협조와 이해가 간절히 요구돼요. 학생4-H회원이 85%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교육부와 지방교육청의 역할과 동참이 필요해요. 그리고 농협과 접촉하여 4-H회원(특히 소외된 학생4-H회원)들에게 양질의 자연활동 공간과 지도력 배양 그리고 선진화된 과제 이수를 위한 과제물자 취득 자금융자와 시설 공급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요.
지난날 우리 4-H는 인위적인 행정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회원 수를 확장한 역사가 있지요.
1960년대 중반 73만명의 4-H회원이 자율적으로 활동(당시 총인구 3230만명 중 15~24세 청소년은 1140만명(36%) → 2016년 기준 총 5150만명 중 청소년은 925만명(18%)임) 하다가 이후 회원 수가 하락하여 50만명 내외로 유지되었지요. 1980년대 중반 100만명을 돌파했지만, 새마을청소년회 이후 점차 퇴색하면서 학교 새마을청소년회 회원 수가 1968년 8600명이던 것이 1980년대 초 3만명으로 확대되는 변곡선을 그리면서 4-H는 자연과 인위적 조정 사이에서 회전목마 신세가 된 적이 있었지요.
4-H회원을 늘리기 위해서 4-H본부는 4-H지도교사협의회와 합동으로 ‘4-H 특별순회 강의’를 개최할 것을 우선 의제로 제안하고자 해요. 이를 통해 수시로 학생들과 접촉하면서 끊임없이 4-H에 생기를 불어넣도록 해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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