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01 격주간 제868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양이 달아난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은 것이 아니다
亡羊而補牢 未爲遲也(망양이보뢰 미위지야)"
- 《전국책(戰國策)》 중에서


속담 중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게 있다. 이 속담은 ‘일을 그르친 뒤에는 뉘우쳐도 소용없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외양간을 고치더라도 도망간 소가 돌아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속담이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를 살펴 거슬러 올라가 보면, 전국시대(戰國時代) 전략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전국책(戰國策)’이라는 책을 만나게 된다. ‘전국책(戰國策)’은 중국 전한 시대의 유향(劉向)이 전국시대(戰國時代)에 활약했던 수많은 전략가들의 정치, 군사, 외교 등 책략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방대한 자료를 모은 책이기 때문에 사마천이 ‘사기(史記)’를 쓸 때에도 이 책을 많이 참고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에 대한 일화는 지금의 의미와 거의 반대의 개념으로 진행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국 전국시대 초(楚)나라에 장신(莊辛)이라는 대신이 있었다. 장신은 당시 초나라를 다스리던 양왕(襄王)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사치를 일삼고 음탕하여 국고를 낭비하는 신하들을 멀리하십시오. 더 나아가 왕께서도 사치스러운 생활을 그만두고 국사에 전념해야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양왕은 장신에게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양왕의 모습에 실망한 장신은 초나라를 떠나 조(趙)나라로 갔다. 그런데 장신이 초나라를 떠난 후 진나라가 초나라를 침공했다. 양왕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급하게 도망을 갈 수밖에 없었다.
나라를 잃고 도망가게 된 양왕은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예전에 자신에게 바르게 하라고 충고했던 장신을 떠올렸다. 그리고 서둘러 장신을 찾았다. 초라한 모습으로 장신을 다시 만나게 된 양왕은 “내가 잘못했음을 이제야 알겠다. 당신이 옳았다. 이제 어찌 해야 하는지 알려 달라”며 장신에게 매달렸다. 이때 장신은 이렇게 대답한다.
“토끼를 발견한 후에 사냥개를 불러도 늦은 것은 아니며(見兎而顧犬 未爲晩也) 양이 달아난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은 것이 아닙니다(亡羊而補牢 未爲遲也). 이제라도 새롭게 시작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잘못을 저지르거나 바르지 않은 길로 갈 수도 있다. 물론 처음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했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음을 깨달았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이미 버린 몸’이라고 자포자기한다면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질 뿐이다. 이제라도 잘못을 반성하며 바른 길로 돌아가야 한다.
이미 소를 잃었더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더 단단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 열심히 일해서 소를 장만해 튼튼한 외양간에 넣고 잘 돌봐야 한다.
이미 잃은 소와 양에 매달려 한숨만 내쉰다고 그들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지나간 잘못을 반성하고 바른 길로 씩씩하게 나아가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할 게 아니다. 소를 잃고도 소를 잃었는지 파악도 하지 못하는 사람, 소를 잃고도 외양간에 문제가 있음을 모르고 도망간 소만 원망하는 사람,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고 주저앉아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가.
묵은해가 저물고 새해가 다가온다. 잃은 소가 있는지 파악하자. 왜 소를 잃었는지 연구하자. 그리고 나(외양간)를 고치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새해는 오지 않는다. 묵은해의 연장일 뿐이다. 새해는 오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드는 것이다. 묵은해를 과감하게 버리고 새해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자.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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