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화내지 않는다
善戰者不怒(선전자불노)"
- 《도덕경(道德經)》 중에서
“장수 노릇을 잘하는 사람은 힘을 뽐내지 않고,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화내지 않으며, 적을 잘 이기는 사람은 상대와 맞붙어 싸우지 않고, 사람을 잘 부리는 사람은 그보다 자신을 낮춘다. 이것을 다투지 않는 덕이라 한다(善爲士者不武, 善戰者不怒, 善勝敵者不與, 善用人者爲之下, 是謂不爭之德).”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노자(老子)의 말이다. 병법서(兵法書) 중 최고라고 말하는 ‘손자병법(孫子兵法)’에서도 최고의 방법으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말하고 있다.
유학(儒學)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가(儒家)의 사람들은 화가 나거나 배가 고프면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짐승과 다른 삶을 꿈꾸었다. 그것이 바로 수신(修身)이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대부분 서로 비슷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서로 달라지는 것의 이유는 무엇입니까. 처음부터 차이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습관이 차이를 만드는 것입니다. 오랜 기간 동안 몸에 쌓여 익숙하게 된 것이 습관이며 그것이 사람의 성품이 됩니다. 바른 이치가 습관이 되면 바른 사람이 되는 것이고 사사로운 욕심이 습관처럼 굳어지면 바르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습관이란 익숙해지는 것이며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것을 말합니다.”
율곡의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런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
송나라의 학자 정이(程)의 설명에 귀를 기울여보자. 정이는 시잠(視箴)·청잠(聽箴)·언잠(言箴)·동잠(動箴) 등 사잠(四箴)을 제시한다.
첫째가 시잠(視箴), 보는 것을 조심하라는 것이다. 마음은 본래 텅 비어있는 상태이기에 쉴 새 없이 많은 생각이 드나들 수 있다. 그러므로 마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마음을 다루기 위해서는 일단 눈으로 보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무엇인가 시선을 사로잡는 게 있으면 마음이 그곳으로 갔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보는 것부터 다스려야 한다. 보는 것을 안정시켜야만 마음이 안정되기 때문이다.
둘째가 청잠(聽箴), 듣는 것을 조심하라는 것이다. 마음을 잘 보존하기 위해서는 쓸데없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말아야 한다.
셋째가 언잠(言箴), 말을 조심하라는 것이다. 마음의 움직임은 말에 의해 밖으로 드러난다. 그러므로 조급한 마음은 조급한 말로 드러나고 마음을 함부로 놓아두면 아무 말이나 마구 내뱉게 된다. 반대로 조급하게 함부로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있으면 마음까지 조용한 상태로 접어든다. 말은 모든 일의 중심에 선다. 싸움과 화해가 모두 말을 통해 이루어지며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생기는 이유도 모두 말에서 시작된다. 명예를 얻는 것도 치욕을 당하는 것도 모두 말 때문이다. 잘 모르는 것을 말로 표현하게 되면 번잡스럽고 복잡해져 결국 오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함부로 말하는 것은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해를 끼치며 좋지 않은 말을 하게 되면 반드시 좋지 않은 말을 듣게 된다. 그러므로 말을 할 때에는 반드시 이치에 맞는지 따져보고,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한다. 그 중에 어느 하나라도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말하지 말아야 한다.
넷째가 동잠(動箴), 행동을 조심하라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앞뒤를 잘 살펴 생각하고, 굳센 의지를 지닌 사람은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다. 지혜롭게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이면 항상 여유롭고 편안하다. 그러나 깊은 생각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면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사잠(四箴)을 잊지 않는다면 노자가 제시한 ‘부쟁지덕(不爭之德)’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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