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4-H중앙연합회가 앞장서서 농촌의 희망이 되고 농업의 중심이 되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최 병 문 (한국4-H중앙연합회장)
얼마 전 푸른 섬 제주에서 임원회의를 가졌다. 회원들과 함께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가을 추수를 목전에 둔 농가들과 농민의 모습을 보고 나 또한 일상으로 돌아가 해야 할 일들임을 느꼈다.
요즘 우리 청년농업인들은 일하는 것이 즐겁고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설이나 추석 명절이 되면 그리웠던 친구들도 돌아오고 가족들이 모여 안부를 묻고 사촌들과 수다 삼매경에 빠져들듯이 농업을, 농촌을, 우리 청년들을 위해 돌아봐주고 찾아주고 함께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농업은 농업 그 자체만의 문제 아냐
지난 세기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성장과 발전에 초점을 맞췄다면, 21세기는 경쟁력을 넘어 지속가능성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삶과 연관되어 있다.
농업도 마찬가지다. 농업은 이제 농업·농촌 그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여러 가지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제공한다. 농업이 대한민국의 일자리 문제, 고령화 문제, 안전한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 첨단생명산업의 중심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솔직한 심정으로 정부, 기관, 우리 농촌이 처음으로 하나가 된 기분이다. 물론 우리 농촌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있다.
연례행사처럼 발생해 축산업의 기반을 흔드는 구제역 및 AI, 농업 생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이상기후와 노동력 부족 현상, 다양한 유통망의 등장과 1인당 쌀 소비량의 감소 등 빠르게 변하는 식생활과 소비 트렌드도 농업을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하나 된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서둘러 이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할 적기라고 생각한다.
이제라도 청년농업인 잘 키워야
나의 짧은 소견으로는 우리 농업·농촌을 둘러싼 아니, 어찌 보면 나와 우리 이웃과 가장 밀접한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 미래농업을 살릴 수 있는 묘안은 ‘제대로 된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다행히 농촌진흥청에서는 강소농(强小農) 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제껏 농업이 아닌 농사를 지어온 50~60대 농업인을 환골탈태 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를 타개하는 방법이 다름 아닌 젊은 피의 수혈이다.
들녘의 선배 농업인들이 멘토가 되어 지속적으로 경험과 지혜를 나누어주고 농업을 ‘경영’이라는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문물은 한 줌의 흙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농업이 그 터전이 되어 과학기술의 진보와 인류 문명의 발달을 이루어냈다. 한 사람의 청년이 성공을 거두면 그 지역은 성공의 씨앗이 널리 퍼져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게 된다. 그 청년은 들녘의 어르신을 돌보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농업에 꼭 필요한 최신 정보를 전달하는 플랫폼이 되며,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홍보하는 훌륭한 마케터가 될 것이다.
농촌 향하는 도시청년 발걸음 기대
도시에는 청년들의 일자리가 없어 연일 새로운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농촌은 사람이 부족하고 초고령화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어느 기관의 연구보고서는 전국 200개가 넘는 시군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3분의 1 가량이 30년 이내에 사라질 지도 모르는 위험단계에 진입했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농촌의 역피라미드 인구 구조가 회복되고 농업이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우리 청년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농촌의 어르신들께 삶의 지혜와 경험을 배우고, 도시민과는 안전한 먹거리로 소통하며 도시와의 간극을 줄여 나갈 수 있다. 국민 모두에게 농촌의 고유한 가치를 알리고 그들이 농촌의 체험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조금이나마 쉴 수 있는 나무숲의 역할을 우리 청년들이 할 것이다.
농촌의 청년들이 뿌리를 잘 내리고 지역사회에서 성공한 모델이 되어 준다면 도시 청년들의 발걸음을 농촌으로 향하게 할 수 있다. 한국4-H중앙연합회가 앞장서서 농촌의 희망이 되고 농업의 중심이 되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우리 청년들이 거리낌 없이 어디든 누빌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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