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미래성장은 청년농업인의 육성과 일맥상통하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4-H회 중심으로 핵심 청년농업인을 육성해야 한다"
박 흥 규 (강원도농업기술원장)
요즘 도시 청소년에게 아이돌이 대세라면 강원도는 청년4-H회원들이 대세이다. 농업에서 출발한 4-H운동은 한국의 70년 역사와 함께 성장해 왔다. 돌이켜 보면 보릿고개를 잊게 하고 풍성한 식탁의 먹거리 조성 등 긍정적 변화를 유도했다. 하지만 현재 4-H회의 낮은 국민적 인지도는 아쉬운 대목이다.
농촌지도직 초임시절 청년4-H회원들과 함께 한 열정은 지도공무원으로서의 직업관은 물론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심이 되는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시대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구성원들 또한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그러므로 4-H는 70년 역사에 앞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된다.
농업 인력의 고령화 속도는 심각한 수준이며 농촌과 농업을 책임질 후계세대 양성이 시급한 과제이다. 과거 마을단위로 청년회원을 조직하던 때와 달리, 학업과 직장 때문에 도시로 빠져 나가 시군단위 20명 이상 회원모집도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나마 남아 있던 청년마저 함께 이야기 할 또래조차 없어 소외감과 외로움으로 도시로의 일탈을 꿈꾸거나 농업에 대한 회피와 편견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강원도농업기술원은 청년4-H회원 중심으로 젊은 농촌, 희망 농업을 만들고자 2017년 ‘청년농업인 CEO육성’을 대표과제로 선정했다. 18개 시군을 통해 청년회원 전수조사 실시 결과 영입 가능한 164명의 잠재적 대상을 추려 일선 농업기술센터 및 시군4-H연합회를 통해 회원 가입을 지속적으로 유도했다. 전년대비 94명을 확보하여 현재 청년회원 472명이 활동하고 있다. 연중 수시모집을 하면 500명의 정예화 된 후계인력으로 육성할 수 있다. 2020년까지 1000명 회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요즘 먹방, 쿡방에 이어 1인 인터넷 농업방송인 ‘농방’의 주인공은 1만5000명의 팔로워로 도시 젊은 세대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4-H청년농업인이다. 방과 후 놀이터처럼 찾던 논과 밭을 일터이자 취미생활 장소로 즐기고 있다. 과거 호미를 잡았던 손은 스마트폰을 잡고 이를 발 빠르게 수용하는 농부들의 연령이 낮아지면서 농업은 새롭게 변화되고 있다. 변화는 반갑지만 다소 걱정되는 점은 생명을 다루는 농업인만큼 농업에 대한 중요성과 가치 인식 등이 선행되지 않고는 시스템적인 부분만으로 농업의 진정한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스마트 팜 등 농업이 블루오션으로 변모하면서 미래성장산업 중 전도유망한 직업군으로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 이에 농업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바꾸는 변화의 바람을 청년4-H회가 앞장서고 있다.
도시의 삶을 등지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청년들에게 ‘낙오자’라는 편견으로 이들에게 아픈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적 시선과 편견을 용기 있게 떨치고 농촌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젊은 청년들이 늘고 있고 이들을 아우르는 단체가 바로 청년4-H회라는 상황이 매우 흐뭇하다.
지난 7월 ‘청년농업의 길을 이야기하다’라는 주제로 강원도 청년4-H회원들과 함께 희망토크를 진행했다. 나의 생각을 신념으로 또렷하게 하고, 미래 농업에 희망이 있음을 확신하게 해주는 시간이 되었다. 젊은 농부들은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소신 있게 이야기했고, 창의적인 생각과 아이디어로 또래 회원들과 협업하며 소통과 공감으로 꿈을 펼쳐가는 과정에 ‘농업의 미래는 희망이다’라고 확신했다.
결국엔 사람이 경쟁력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농업의 미래성장은 청년농업인의 육성과 일맥상통하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4-H회 중심으로 핵심 청년농업인을 육성해야 한다. 과거 지역발전 봉사와 리더로서 농업발전과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어 준 청년4-H 선배 여러분의 노고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농업을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청년4-H활동은 리더로서 자질을 깨우쳐가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농업 CEO로, 지역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청년4-H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부모세대와 함께 귀농·귀촌하는 젊은 청년들을 위해서 마을단위 젊은 문화공간 조성이 필요하다. 고향으로 돌아와 가정을 꾸리는 젊은 농가경영주를 위해서는 자녀를 위한 생활환경과 교육·복지가 지원되어야 한다. 그래야 젊은 농촌에 미래가 있을 것이다.
끝으로 귀농·창업을 희망하는 젊은 세대에게 농업·농촌 정착에 도움을 주는 다양하고 현실적인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청년농업인들만의 고유문화가 생성되고 성공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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