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에 대한 농가들의 한숨이 추석명절을 앞두고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가 법 시행 1년 후에 개정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농축수산물 선물세트의 판매 저하를 우려한 농축수산업계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28개 농축수산업 생산자 단체들이 모인 한국농축산연합회(상임대표 이홍기)는 지난 9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탁금지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을 도외시한 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내산 농축수산물을 제외하더라도 국가청렴을 이룩하는데 지장이 없다”면서 “더 이상 농축수산업이 고통받지 않도록 추석 전에 개정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홍기 상임대표는 “대통령께서 후보시절 농림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농업· 농촌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하셨다”면서 “새정부에서 농업 문제를 더욱 심도 있게 다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추석이 곧 다가오는 만큼 청탁금지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 역시 “청탁금지법 시행 1년,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면서 정부가 농민과의 약속을 조속히 지켜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청탁금지법으로 한계 상황에 내몰린 화훼업계는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의 최근 발언에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화훼업계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후 전국 꽃집의 12%가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9월 28일 청탁금지법 시행 후 첫 명절인 지난 설, 국산 농축수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을 조사한 결과 과일은 31%, 쇠고기는 24.4% 감소했다. 축산물 및 가공식품 역시 2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축수산물의 약 40%가 명절 선물로 소비되는현실을 감안한다면 청탁금지법 시행이 국내 농축수산물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데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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