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15 격주간 제859호>
[4-H 지도현장] 4-H, 즐탁동시(同時)의 현장입니다

"실천으로 배우는 4-H활동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마중물이다"

임 영 택 (음성 원당초등학교4-H회)

텃밭 근처에 짚불을 놓았다. 겨우내 추위를 이겨 낸 밀을 6월에 수확하여 구워 먹는 ‘밀사리’를 체험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에게 밀을 몇 줄기씩 쥐어주고 쌓아 놓은 짚에 불을 지폈다. 활활 타오르는 짚불 위에 밀을 갖다 대고 굽는 아이들의 표정에 생기가 넘친다. 하긴 이 아이들이 언제 이런 체험을 해 보았겠나? 무척이나 생소한 체험이기에 아이들도 신기해하며 제법 진지하다. 적당히 익은 밀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두 손으로 싹싹 비벼 밀 껍질을 후후 불어 낸 뒤 잘 익은 밀을 한 움큼씩 입에 털어 넣는다.
“선생님. 이거 정말 맛있어요”, “그렇게 맛있어? 이런 거 처음 해 봤지요?”, “네~에”, “이런 걸 ‘밀사리’ 라고 한답니다. 여러분 보릿고개라고 들어보았지요?”, “네”, “우리나라가 살기 어려웠던 시절에 이렇게 허기를 채우곤 했답니다”
한참을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대며 ‘밀사리’ 체험을 하는 아이들 틈에서 얼굴에 숯검뎅이 칠을 하는 아이들이 보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예전 어른들이 그랬듯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서로의 얼굴에 숯검뎅이 칠을 하며 논다. ‘밀사리’ 체험이 놀이가 되었다. ‘밀사리’ 체험을 모두 마친 뒤 텃밭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고추를 살피러 갔다. 음성군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과 정성스레 심은 고추다. 아이들에게 ‘작물들은 주인의 정성을 먹고 자란다.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고 이야기했다. 고추를 심은 다음 날부터 아이들의 일과 중 하나가 늘었다. 등교하자마자 텃밭에 나가 고추가 잘 자라는지 살피는 일이다. 한참을 텃밭에 앉아서 고추에게 말도 걸어주고, 어루만져주기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4-H활동을 통해서 무언가 큰 것을 얻게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마음속에 작게나마 농업과 농촌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좋겠다. 환경과 생명의 소중함을 마음 가득 채웠으면 좋겠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수백 수천 번의 부리 짓을 하듯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더 크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한 날갯짓을 하는 것. 어미 닭이 달걀껍질을 탁 하고 쪼듯 지도교사인 나의 지지와 지원, 격려가 한데 어우러져 우리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에 당당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행복한 성장을 이루게 될 것이라 믿는다. 실천으로 배우는 4-H활동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마중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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