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과 꿈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길 바란다"
하 태 승 (한국4-H본부 사무총장)
2002년 그 어느 해보다도 뜨거웠던 여름, 대한민국의 광장은 온 국민이 하나 되어 축구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그 해 5월 한·일 월드컵 개막전이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성대한 막을 올렸다.
아시아의 맹주를 자부하던 한국 축구는 거대한 세계 축구의 흐름에서 보자면 여전히 변방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외국인 감독으로 거스 히딩크를 네덜란드에서 데려왔다.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은 1년 반.
히딩크 감독은 세계 강호와의 평가전에서 0-5로 패하며 ‘오대영’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자신이 세워놓은 원칙과 기준을 고수하면서 전략과 전술을 다듬어 나갔다. 선후배 간 위계질서를 강조하던 분위기를 재미가 곁들인 게임을 하면서 소통을 문을 열었고, 이는 곧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이변의 연속을 암시하는 서막이었을까? ‘아트 사커’라는 찬사를 수식어로 달고 다니는 전 대회 우승국이자 유로 2000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프랑스가 개막전에서 월드컵 처녀 출전국인 세네갈에 일격을 맞고 1차전을 내준 것이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폴란드를 꺾고 48년 만에 월드컵 본선 첫 승을 올렸다. 그리고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강호를 줄줄이 꺾고 4강 신화를 완성했다.
독일과의 4강전에서 비록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경기장 한편을 가득 메운 붉은 물결의 응원단은 ‘꿈은 이루어진다’는 카드 섹션 응원을 하며 감동을 물결을 이뤘다. 한 달 동안 대한민국 국민과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렇게 한 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를 써 내려갔다.
만약 쉽게 포기했다면 이런 기적과도 같은 일을 절대 우리 눈 앞에서 볼 수 없었을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조별 예선에서 포르투갈을 꺾고 16강 진출을 확정짓고서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꿈속이나 상상으로나마 생각해 봤음직한 한국 축구의 4강 신화를 현실로 만든 기적은 그렇게 우리 앞에 다가왔다.
뜬금없이 축구 이야기를 꺼낸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이뤘던 기적을 곰곰이 돌이켜 보면, 내가 ‘꿈’에 대해 평소 생각했던 것들이 많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꿈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니,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을 말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그렇다면 내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희망이나 이상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먼저, 내가 무엇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억지로 하는 일이야말로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어떠한 것을 했을 때 거기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재미로 다가올 것이다.
둘째,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나의 꿈으로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꿈은 꾸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실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얼마만큼 잘 할 수 있을 것인지를 알고 접근해야 실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셋째, 함께 동행 할 수 있는 벗을 만들면 큰 힘이 된다. 꿈을 실현하기까지 고속도로만 달리라는 법은 없다. 비탈길을 올라가거나 흙먼지 날리는 험한 길을 가야할 때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강물을 건너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이런 고난과 시련이 닥쳤을 때 힘이 되어 줄 든든한 벗이 옆에 있어준다면 그 얼마나 소중하겠는가.
넷째, 포기하지 않고 꿈을 지켜야 한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하듯이 아무리 험한 가시밭길이 가로막고 있어도 도전을 멈추지 않을 때 비로소 기회가 온다는 믿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다섯째, 내가 그 꿈을 완성하지 못해도 다음에 누군가가 이룰 수 있도록 모두에게 이로운 꿈이 되어야 한다.
장래희망이 임대업자라고 말하는 초등학생, 내 꿈은 건물주라고 말하는 청소년의 세태를 다룬 씁쓸한 뉴스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전국의 4-H회원들은 지·덕·노·체 4-H이념을 가슴속에 담고 있기에 조금 달랐으면 한다. 자아를 실현하고 나아가서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비전과 꿈을 마음속에 잘 간직하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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