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15 격주간 제857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좋은 친구를 만드는 방법

"마음을 단정히 씻고 스스로 일어서라
洗心立脚(세심입각)
- 《격몽요결(擊蒙要訣)》 중에서"


자식이 잘못된 길로 빠져 어려움을 겪게 되면 ‘우리 아이는 착한데 친구를 잘못 만나서…’라고 말하는 부모도 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명심보감(明心寶鑑)’을 들춰봐도 친구를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어떤 사람에 대해 알고 싶다면 그 친구를 보면 된다”, “지혜로운 어버이와 형이 없고, 엄한 스승과 친구도 없다면 성공하기가 매우 어렵다”
물론 공자도 친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익한 친구도 있지만 해로운 친구도 있다. 바르고 곧은 사람, 진실하고 성실한 사람, 지식이 많은 사람을 친구로 두면 매우 유익하다. 그러나 한쪽으로 치우친 사람, 남에게 잘 보이려고 억지로 꾸미는 사람, 말만 앞세우는 사람을 친구로 두면 해롭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주자가 엮은 ‘근사록(近思錄)’을 살펴보면 눈에 띄는 문장이 있다. “동동왕래 붕종이사(憧憧往來 朋從爾思)”
이 문장은 ‘주역(周易)’을 출전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동동왕래 붕종이사(憧憧往來 朋從爾思)’라는 문장을 보고 ‘자주 왕래하며 빈번하게 만나야 친구들이 나를 잘 따른다’로 해석하여 긍정적으로 설명하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자주 만나야 친해진다는 설명을 더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번역이다. 이 내용은 ‘주역’에서 함괘(咸卦)를 설명할 때 나오는데, 전체적인 의미는 ‘조용히 단정하게 있어라’라는 뜻이다. 함괘는 산 위에 연못이 있음을 뜻한다. 주체는 산이다. 산이 가만히 있으면 연못의 물이 자연스럽게 산으로 흡수되어 초목이 푸르게 자라난다. 그러나 산이 흔들리면 물이 출렁이고, 물이 출렁이면 산을 깎아내려 산이 무너지게 된다. 그러므로 함부로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조용히 안으로 힘을 비축하고 있으면 저절로 강해진다. 그러므로 ‘동동왕래 붕종이사’는 “안절부절 못하며 왔다 갔다 하면 가까운 친구들이나 너를 따를 뿐 아무런 발전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憧憧往來 朋從爾思)” 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과묵하게 기다리지 않고 일희일비하며 우왕좌왕하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친구들만 나를 따르며 우왕좌왕할 뿐, 세상은 까딱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여기서 친구는 부정적인 뜻으로 쓰인다. 나와 생각이 같은(爾思) 친구들(朋)이 나를 따른다(從)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우왕좌왕하는 나처럼 똑같이 우왕좌왕하는 친구들을 말한다. 내가 친구를 닮아가는 게 아니다. 친구들이 나를 닮아간다. 주체는 언제나 ‘나’이기 때문이다. 친구는 객체고 주체는 ‘나’다. 좋은 친구를 만나라는 것은 스스로 내가 좋은 사람이 되라는 것이지 좋은 사람을 찾아가 친구가 되라는 뜻이 아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좋은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유가(儒家)에서는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전제조건을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어라’
‘소학(小學)’에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 “억지로 친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말라. 열심히 학문을 배우고 익히며 나를 바르게 만들면 자연스럽게 좋은 친구들이 모이게 된다. 억지로 만든 친구가 아니라 그렇게 모인 친구들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된다” 공자의 제자인 증자(曾子)의 말이다.
율곡도 ‘격몽요결(擊蒙要訣)’의 머리말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스승과 좋은 친구를 찾아 헤매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먼저 네 마음을 단정히 씻고 스스로 일어서라(洗心立脚)”
먼저 나를 단정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좋은 사람들이 다투어 나를 찾아오게 된다. 그게 인지상정이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좋은 친구가 아니다. 나 자신이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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