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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1 격주간 제85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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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의 고전산책] 타인의 눈으로 나를 보다 |
"민중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라
民之所好好之(민지소호호지)
- 《대학(大學)》 중에서"
공자는 항상 ‘주역(周易)’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주역’을 한마디로 설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굳이 그렇게 해야 한다면 ‘겸손하라’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역(易)은 변화를 뜻한다. 어둠이 깊어지면 아침이 오고, 어려움과 혼란이 길어지면 평화로움이 도래한다는 게 ‘주역’의 가르침이다. 억지로 무엇인가를 도모하는 게 아니라 겸손한 자세로 주변의 변화를 파악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나대거나 으스대지 말라는 뜻이다.
공자가 ‘주역’을 좋아했다면 주자는 ‘대학(大學)’에 매달렸다. ‘대학’의 가르침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9글자에 농축되어 있다. 최종 목적지는 평천하(平天下)다. 어느 특정 지역이나 국가가 아니라 온 세상이 평화롭고 아름답게 되는 것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평천하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주자는 ‘혈구지도(矩之道)’를 말한다. 혈()은 측정하는 것을 뜻하고 구(矩)는 ‘ㄱ’자 모양의 자를 뜻한다. ‘혈구지도’라 하면 ‘자를 들고 바르게 재는 것’ 정도가 될 것이다. 예를 들자면 목수가 자를 들고 목재의 크기를 재는 것을 말한다. 자기에게 필요한 무엇을 만들기 위해 톱으로 자르거나 하지는 않는다. 단지 목재의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할 뿐이다. 목재는 민중이고 목수는 위정자다. 위정자가 자기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민중을 재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민중의 뜻을 파악하여 민중이 원하는 바를 실현시켜준다.
주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윗사람이 부당한 명령을 내리는 게 싫다면 너도 아랫사람에게 부당한 명령을 내리지 말라. 아랫사람이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다면 너도 윗사람을 대할 때 바로 그것을 생각하며 조심하라. 친구가 너에게 하는 행동이 부당하다고 느낀다면 너는 친구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 이것이 ‘혈구지도’다” 유학(儒家)에서 말하는 평천하는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윗사람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일단 겸손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변화가 올 때까지 스스로 자기를 단련하며 때를 기다린다. 나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윗사람이 되더라도 예전 윗사람의 잘못된 행태를 답습하지 않는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 것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타인이 그걸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타인에게 권하는 게 아니라 타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정교한 자를 들고 상대를 면밀히 살펴본 후에 그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여 제공한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것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내가 한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타인이 나를 살펴 제공해준다. 이것이 바로 유가(儒家)가 꿈꾼 지상천국이다.
주자는 또 이렇게 설명했다. “업무에 임할 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이루려고 하는 게 아니라 민중이 좋아하는 것을 이루려고 노력하라. 민중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고 민중이 싫어하는 것을 함께 싫어하며 이익을 독차지하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혈구(矩)의 뜻을 이루는 것이다. 민중의 마음을 얻으면 나라를 얻을 수 있고, 민중의 마음을 잃으면 나라가 무너진다(得衆得國 失衆失國)”
‘대학’의 가르침은 이토록 명확하다. “민중이 좋아하는 것을 민중과 함께 좋아하고 민중이 싫어하는 것을 민중과 함께 싫어하라. 이렇게 하는 사람을 민중의 부모라 말한다(民之所好好之 民之所惡惡之 此之謂民之父母)” ‘포퓰리즘’ 아니냐고 폄하하면 안 된다. ‘혈구지도(矩之道)’를 실천한다고 칭찬해줘야 한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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