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환경·생명의 가치를 창출하는 4-H운동 정신은 후계농업인 육성과 ‘농가소득 5천만원 시대’를 여는데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
김 병 원 (농협중앙회장)
유례없는 가뭄에 농업인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아 농업인의 바쁜 손놀림과 희망으로 가득차야 할 농촌 들녘은 농업인들의 한숨과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에는 종식을 눈앞에 두고 있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다시 발병하면서 위기경보가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상향되어 축산농가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농사짓기가 쉬운 적은 없었지만 이처럼 이상기후와 가축질병이 반복되고 영농여건이 나빠지는 것은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심각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농촌의 급속한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농업·농촌의 활력화를 도모하고 어려움 해결에 앞장서야 할 젊은이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2018년이면 우리나라의 고령화율(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은 ‘고령사회’ 기준인 14%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00년 ‘고령화사회(노인인구 비중 7%)’에 들어선 지 불과 18년 만이다. 미국이 73년, 이웃나라 일본도 24년이 소요된 것에 비하면 빠른 속도이다. 농촌의 상황은 더욱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지난해 농가인구는 사상 처음으로 250만명 미만으로 감소하였다. 2011년 300만명 선이 무너진 이후 불과 5년만이다. 농가인구가 총인구의 4.9% 밖에 되지 않는데 반해 농가 고령화율은 무려 40.2%에 이르고 있다. 전국 평균인 13.2%의 3배를 넘는 수치이고 농가인구만 놓고 보면 초고령사회 기준인 20%도 훌쩍 넘겼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체 농가 중 90.2%가 영농 승계자가 없다고 한다. 농업인 10명 중 9명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간이 지나면 농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더 속도를 내기 전에 청년농업인 등 후계농 육성을 위한 대책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후계농업인 육성에 농협이 뛰고 있다
이에 농협은 젊은이들이 농촌에 터를 잡고 농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농촌 정주여건 개선과 함께 창농(創農)을 위한 자금지원과 기술교육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농촌의 생활여건과 복지환경 개선에 힘쓰는 한편 스마트팜 운영 농가에 대해서는 전문 컨설팅과 함께 최대 50억 원까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제공 중이다.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농업의 6차산업화 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농촌에 정주를 희망하는 농업계 학생들에 대한 지원도 대폭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안정적인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젊은이들을 유인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현재 3720만원 수준인 농가소득을 2020년까지 5000만원으로 올리는데 농협 10만 임직원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농자재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하하고 벼 직파재배 보급과 농기계은행 사업 확대 등을 통해 농업소득을 올리고, 농촌 태양광사업이나 농촌체험관광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농외소득 증대에도 힘쓰고 있다.
70년 역사를 가진 4-H 정신이 필요하다
청소년에서 청년에 이르기까지 농업·환경업·생명의 가치를 창출하는 4-H운동 정신은 농협이 추진 중인 후계농업인 육성과 ‘농가소득 5천만원 시대’를 여는데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 특히 청년농업인 4-H회원의 경우 농업과 농촌사회를 이끌어갈 전문농업인으로서의 자질을 배양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은 인상적이라 하겠다. 또한 농촌의 청소년 수가 감소함에 따라 활동영역을 도시청소년의 농업·농촌 체험과 공익적 가치 이해를 위한 활동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렇게 농업·농촌 발전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는 농협과 4-H본부가 합심한다면 도시로 떠나지 않고도 농촌에서 꿈을 펼치는 청년이 늘어나고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농촌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농촌에 뿌리를 두지 않은 사람은 없다. 본인이 도시에서 태어났을지언정 부모의 고향은 농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농촌마을 입구에는 행운의 네잎클로버에 4-H의 정신인 지(智)ㆍ덕(德)ㆍ노(勞)ㆍ체(體)가 새겨진 표지석이 어김없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대한민국이 지속 발전하려면 우리의 뿌리인 농업·농촌의 성장과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농촌에 희망이 있어야 21세기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에도 희망이 있는 것이다. 농협 10만 임직원과 함께 ‘농업인이 행복한 국민의 농협’을 만들어 살맛 나고 살고 싶은 농촌을 열어가는 염원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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