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라”
삼국사기의 여불위전(呂不韋傳)에 나오는 고사로 전국시대 말엽 조(趙)나라의 수도인 한단은 나라가 쇠퇴해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오고가는 변화한 도시였는데, 이 도시에 자주 들렸던 한(韓)나라의 호상(豪商)인 여불위의 뛰어난 계산에서 비롯된 말이다.
‘최고의 이익은 바로 사람’이라는 뛰어난 상술을 가졌던 여불위는 어느 날 진(秦)나라의 태자 안국군의 서자인 자초가 인질로 잡혀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당시 진나라는 조나라를 자주 침범하였기 때문에 자초는 그곳에서 몹시 괄시를 받아 어려움에 처해있었던 것이다.
여불위는 자초를 보고 투자해 둘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초에게 잘 투자해 놓으면 훗날 자신에게 큰 이득이 있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여불위는 곧 초라한 자초의 거처로 찾아가 그에게 도움을 줄 뜻을 보였다. 스스로를 홀대받고 있는 인질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자초는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이에 여불위는 이렇게 말을 하였다.
“소양왕은 이미 연로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당신의 아버지인 안국군께서 진왕이 되실 것입니다. 그러나 정비인 화양부인께서는 아들이 없사옵니다. 그렇다면 당신까지 합해 20명이 넘는 서자들 가운데 누구를 태자로 택하시겠습니까? 솔직히 말하면 당신은 이곳에서 인질로 잡혀있는 이상 유리한 입장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이제 와서 그것은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 아닙니까?”
자초는 탄식을 하며 말하였다. 그러자 여불위는 눈을 빛내며 자초에게 자신이 얼마든지 돈을 대줄 것을 제안하였다. 그것으로 화양부인의 환심을 사는 한편 인재를 모으라는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여불위는 직접 진나라로 가서 자초를 태자로 삼도록 힘을 써보겠다는 이야기였다. 자초는 그제야 여불위의 속마음을 알아차리고 손을 잡으며 말했다.
“만약 당신 말대로만 된다면 그때는 함께 진나라를 다스리도록 합시다.”
과연 여불위의 재력과 모사로 자초는 마침내 태자로 책봉되었고, 이후 여불위의 계획대로 드디어 자초는 왕위에 오르게 되었다. 이 사람이 바로 장양왕이었고, 그는 왕위에 오르자마자 약속대로 여불위를 정승으로 삼았다. 마침내 훗날 시황제로천하를 통일하였던 태자정이 왕위에 오른 뒤에는 왕으로부터 아버지 즉 중부(仲父)라는 칭호를 받으면서 천하의 권력과 부귀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여불위가 진귀한 보물 즉 기화였던 자초를 발견하고, 그를 비싸게 사두고, 그에게 투자해 두었던 ‘기화가거(奇貨可居)’의 비책 때문이었던 것이다.
〈기이할 기(奇) / 재물 화(貨) / 옳을 가(可) / 있을 거(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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