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01 격주간 제852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누가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가

"두려운 마음을 갖고 임해야 한다
臨事而懼 (임사이구)
- 《논어(論語)》 중에서"


자로(子路)는 공자의 제자 중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공자보다 9년 연하의 나이였기에 제자 중에 가장 연장자였으며 마치 호위무사처럼 늘 공자의 지근거리에서 공자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했다.
사마천(司馬遷)이 지은 ‘사기(史記)’를 살펴보면 “자로는 공자의 제자로 입문하기 전에는 ‘무뢰한(無賴漢)’이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였으니 요즘 말로 하면 ‘동네 깡패’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자로는 공자의 제자가 된 이후 용맹스럽고 순수한 원칙주의자로 변신한다. 그렇기에 아무리 스승인 공자라 하더라도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면 거침없이 나아가 공자를 비판한 유일한 제자였다.
스승 앞에서도 바른 소리를 해댈 정도니 그가 얼마나 순수했는지 알 수 있다.
흔히 말하는 ‘교언영색(巧言令色)’을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하겠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무리를 지어 중국의 여기저기를 떠돌던 시절, 식량이 떨어지고 말았다.
배고픔에 지친 제자들이 하나 둘 병으로 쓰러지자, 자로가 공자 앞으로 나아가 화를 내며(子路見) 말했다.
“군자도 이렇게 궁지에 몰릴 때가 있는 겁니까?(君子亦有窮乎)”
이 말은 그리 단순한 말이 아니다.
“당신이 군자라면서 이렇게 궁지로 내몰리게 되다니, 이게 말이 되는 상황입니까? 당신 군자가 정말 맞습니까?”라는 뜻까지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견(見)’에서 온()은 화를 내는 것을 뜻한다. 감히 스승에게 화를 내며 말하다니!
이에 대한 공자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군자도 궁지에 몰릴 수 있다. 다만 군자는 궁지로 몰릴수록 단단해지지만 소인처럼 폭발하여 함부로 하지 않을 뿐이다(君子固窮 小人窮斯濫矣).”
그러나 공자는 자로를 미워하지는 않았다. 다만 너무나 직선적이며 너무나 용맹함만을 앞세우는 것에 대해 걱정했을 뿐이다.
“재판에 임하여 당사자들의 몇 마디 말만 듣고도 정확하게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자로일 것이 분명하다.”, “자로는 과단성이 있으니 정치를 담당하면 아주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자로는 천승의 제후국에서 재무와 국방의 장관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칭찬을 하곤 했지만 반면에 걱정도 내비치곤 했다.
“자로의 용맹스러움을 나는 따라갈 수가 없다. 그러나 그걸 어디에 써먹는단 말인가?”, “내가 만약 전쟁을 진두지휘하게 된다면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고 배도 없이 강을 건너면서(暴虎馮河)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앞뒤 가리지 않고 용맹스러운 자로와는 함께 하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두려운 마음을 갖고 앞뒤를 정밀하게 살펴 훌륭한 대책을 세우는 사람과 함께할 것이다(必也臨事而懼 好謀而成者也).”
싸우기를 즐겨하는 자는 큰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그저 동네 주먹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뿐이다. 두려워하는 마음이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을 말한다. 함부로 큰소리치며 나대는 게 아니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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