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15 격주간 제851호>
‘한국4-H운동 70년 발자취를 찾아서’ ② - 경기
각계각층 한데 어우러진 ‘용광로’ 같은 4-H로 거듭나야

본지는 지난 6일 ‘한국4-H운동 70년 발자취를 찾아서’의 두 번째 순서로 한국4-H운동의 발상지인 경기도 화성을 찾았다. 화성시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특별 좌담회에는 1960~1970년대 4-H활동가, 1980~1990년대 4-H활동가 및 2000~2010년대 4-H활동가 등 시대별로 활약한 선후배 4-H인이 함께 모여 화성4-H의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가늠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좌담회에는 1960~1970년대에 활동한 윤태하 화성시4-H지도자협의회장, 1980~1990년대에 활동한 안성철 서신농협조합장(1987년 화성군4-H연합회장 역임), 2000~2010년대에 활동한 노진래 전 화성시4-H연합회장(2009년 역임) 및 서정은 화성시농업기술센터 소장 등 총 4명이 참석했다.
 〈대담 정호주 부장·사진 배대용 기자〉

경기도 화성의 4-H인들은 한국4-H운동 발상지에서 4-H활동을 펼친 것에 무한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안성철 서신농협조합장, 윤태하 화성시4-H지도자협의회장, 서정은 화성시농업기술센터 소장, 노진래 전 화성시4-H연합회장, 정호주 한국4-H본부 홍보부장).
▲1947년 이 땅에 처음으로 4-H 씨앗이 뿌려진 화성. 우리나라 근대화의 초석을 마련했던 4-H운동이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각자 소감 한 말씀씩 해주십시오.

▽윤태하 : 화성시4-H지도자협의회장 윤태하입니다. 한국4-H운동의 발상지인 화성에서 태어나 평생 4-H활동을 펼친 것에 크나큰 자부심을 가집니다. 4-H운동 70주년을 맞아 감개무량하며, 더 큰 도약의 돛을 올리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안성철 : 1987년 화성군4-H연합회장을 역임한 안성철입니다. 4-H운동 70주년을 4-H인으로서 무한한 영광이라 여겨집니다. 4-H를 통하여 청소년기 올바른 인성을 체득했으며, 더욱이 인생의 반려자도 얻어 일명 ‘8-H부부’의 행운을 누린 저로서는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노진래 : 2009년 화성군4-H연합회장을 역임한 노진래입니다. 여주자영농고4-H회에서 학생4-H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죠. 이번 좌담회에 화성의 젊은 4-H인을 대표해 참석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특히 70년 전부터 선배님들의 열정적인 노력으로 뿌려진 4-H 씨앗이 지금의 풍성한 열매로 영글었다고 생각됩니다.
▽서정은 : 화성시농업기술센터 소장 서정은입니다.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인 1979년에 농촌지도직에 입문하여 공직 생활 대부분을 4-H회원들과 더불어 살아왔죠. 요즘도 가끔씩 그 시절을 떠올릴 때면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4-H 발상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화성에서는 왕성한 4-H활동이 펼쳐졌는데요. 과거의 화성4-H활동에 관해 말씀해 주시고, 아울러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 한 부분에 관해서도 덧붙여 주십시오.

▽윤태하 : 화성의 4-H운동은 1947년 3월 정남면 발산리에서 ‘발산농촌청년흥농구락부’가 처음 조직되면서 시작됐습니다. 야학당으로 출발하여 문맹퇴치운동을 전개하면서 농촌근대화의 밑거름이 됐죠. 이 당시 최희두 씨가 중학과정을 ‘중앙통신강의록’으로 가르친 것이 시초가 되었으며,‘율림숙’이라는 사설교육기관에서 전개됐습니다. 당시 구락부 초대 회장은 최학훈 씨로 20명의 남자 회원들로만 구성되었으며, 율림숙에서 한글과 영어공부를 시작했던 것입니다. 우리 화성의 초기 4-H활동은 유휴지를 개간하여 콩, 참깨, 메밀, 고구마 등을 심어 수확한 것으로 기금을 조성했습니다. 그 기금을 공부에 필요한 학습재료 구입에 사용하였으며, 또한 화장실 청소, 마을 안길 청소 등 봉사활동을 펼쳤죠. 이와 같이 4-H회 태동기 무렵에는 주로 문맹퇴치와 농촌 건설 등의 단체과제활동이 이루어졌습니다. 이후 농사와 가사 중심의 과제활동에서 1970년대에는 식량증산과 축산 위주의 과제활동으로 변모했습니다.
▽안성철 : 4-H운동은 해방 이후 우리나라 농업·농촌의 발전을 이끄는 견인차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습니다. 1980년대 들어 정부에서는 농촌청소년을 정착시켜 농민후계자 육성을 위한 시책이 시작됐죠. 농민후계자 육성기금법이 제정되고, 이것을 계기로 4-H육성사업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1980년대 초반 화성에서는 450여개 마을에 7360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방대한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1980년대 초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화성에서는 ‘4-H시범농장’이 운영됐습니다. 그 당시 경기도농촌진흥원에서 추진한 핵심 프로젝트로 가평, 양평 등 경기도 타 지역의 비농업인 가운데 농업에 의향 있는 사람들이 6개월씩 숙식을 하며 농사를 배우게 됐습니다. 또한 4-H경진대회 준비를 위해 회원 모두가 혼연일체 되어 며칠 밤을 새워가며 활동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러한 성과로 제가 군연합회장 시절인 1987년에 경기도4-H경진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경진대회 등 다양한 4-H활동을 통해 리더십과 공동체의식을 길러 지금의 농협조합장 자리까지 오를 수 있게 됐다고 자부합니다.
▽서정은 : 청소년 시절 마을단위 4-H회원 출신인 저는 숙명적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네잎클로버의 끈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특히 4-H담당공무원 시절 결혼 못하는 4-H 처녀, 총각들을 부부의 연으로 맺어주는 특화사업을 펼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한 1997년 화성4-H인들이 자발적으로 8000여만원이라는 거액을 모금하여 ‘4-H발상지탑’을 건립한 것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4-H활동에 있어서 가장 첫 손가락에 꼽히는 것은 회의생활이라고 자부합니다. 현재 4명의 4-H출신 시의원이 의정활동을 왕성하게 펼치는 것은 4-H를 통해 터득한 민주시민의식이 지역사회에서 빛을 발하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화성4-H는 1947년 이래 줄곧 농촌계몽운동과 지역사회 발전에 앞장서왔다(사진은 1974년 화성군4-H연합회 창립 15주년 기념식 장면).

▲현재 화성의 4-H회원들이 열정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활동 사례에 관해 소개해 주시고, 그 활동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말씀해 주십시오.

▽노진래 : 화성의 청년농업인4-H회는 40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4-H 고유의 3대 행사 외 ‘젊은 농부 영농기술 시범활동’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활동은 우리 청년 농업인4-H회원들이 ICT활용 제어시스템 구축, 조직배양시스템 구축, 기능성 웰빙 제품 개발 등 지역실정에 맞는 자원절감형 시설, 영농활용 기술 등을 적용한 시범 농장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농촌 고령화에 대응하여 청년농업인들을 새롭게 유입시키고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만들기에 4-H가 앞장서고 있습니다.
▽서정은 : 현재 화성의 학교4-H회는 19개교에서 770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산학협동 차원에서의 육성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전통민속문화계승활동, 취미교양활동, 농심체험활동 등을 주로 펼치고 있습니다. 학생4-H회원 과제활동은 4-H이념 실천을 위한 동기를 부여하고 농업·농촌에 대한 애착심을 배양함으로써 건전한 청소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70년, 4-H가 나아갈 방향성과 그에 걸맞은 4-H인의 역할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윤태하 : 최근 급변하는 시대의 조류와 더불어 농업·농촌의 가치는 제 값을 인정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촌 인구가 급감함에 따라 4-H운동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제 지난 70년을 성찰하고, 4-H운동이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안성철 : 4-H와 무관한 인구를 4-H운동에 끌어들이는 것이 시급합니다. 미국의 최대 청소년단체인 4-H조직에는 50만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여 활동의 질을 높이고 있다고 합니다. 오래전 우리나라 백색·녹색혁명의 기수로 자리매김한 시기에는 4-H가 국가 시책으로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받아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민과 관이 합심하여 각계각층의 인구가 한데 어우러지는 ‘용광로’ 같은 4-H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노진래 : 전 세계 4-H운동의 태동국인 미국에서는 4-H회원들이 농업에 국한한 과제활동을 펼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의 4-H운동은 과학·기술·공학·수학·건강한 생활·시민의식등 사회적 요구에 따른 다양한 주제 활동에 청소년들을 참여시키고 있죠. 이를 거울삼아 앞으로는 회원들이 더욱 다양한 영역에서 과제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합니다.
▽서정은 :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방향을 설정하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다.’는 정신으로 새로운 도전을 펼쳐야 합니다. 지난 70년의 고귀한 역사를 자양분으로 삼아 4-H 3대 행사를 과감히 탈피하는 등 시대 정신에 부합한 4-H프로그램 개발에 열과 성을 다하여 더욱 발전하는 4-H로 발돋움 하는데 전국의 450만 4-H인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최근 화성의 학생4-H회원들은 교육과정과 연계한 산학협동 차원에서 다채로운 과제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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