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15 격주간 제851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과 경쟁하라
"뒤꿈치를 들면 오래 서 있을 수 없다
企者不立(기자불립)
- 《도덕경(道德經)》 중에서"


경쟁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경쟁을 통해 나를 발전시킬 수도 있지만 당장의 경쟁에서만 승리하려고 할 경우, 오히려 나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문을 배우고 익히는 것은 누가 더 빨리 이루느냐의 문제에 있지 않다. 스스로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경지에 오르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나태함과 게으름과 싸우는 것이며 실제보다 과장되게 드러내 보이려고 하는 과시욕과의 싸움일 뿐이다. 스스로 충분하고 완벽하게 이루느냐의 문제이지 다른 사람과의 비교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그저 남보다 빨리, 남보다 좀 더 높은 경지에 오르려고 욕심만 부리니 오히려 기초가 부족하여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송나라의 학자, 정이(程)의 글이다. 경쟁하는 옆 사람만 이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을 능사로 여기면 나 자신의 실제 실력과는 상관없이 옆 사람을 이기기 위해서만 노력하게 된다.
충분하고 완벽하게 실력을 쌓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저 옆 사람만 이기면 되는 구조가 된다. 경쟁이 오히려 실력을 쌓는 것에 방해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뒤꿈치를 들면 오래 서 있을 수 없다(企者不立, 기자불립).’는 ‘도덕경(道德經)’의 가르침도 이것과 같은 맥락이다. 뒤꿈치를 들면 실제보다 큰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계속 뒤꿈치를 들고 있을 수는 없다. 결국 주저앉게 된다.
그러므로 뒤꿈치를 드는 행위는 높아지는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주저앉기 위한 것이 되고 만다. 남을 의식해 뒤꿈치를 드는 꼼수가 아니라 실제로 나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강해진다’는 의미로 ‘자강(自强)’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자강(自强)’의 출전인 ‘도덕경(道德經)’에는 어떻게 사용되었을까.
‘도덕경(道德經)’에서는 ‘승인자유력 자승자강(勝人者有力 自勝者强)’이라는 문장으로 되어 있다.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있는(유력, 有力) 사람이지만 나를 이기는 사람은 강(强)한 사람이다.’
남과 경쟁하는 게 아니다. 나 자신의 이기심과 욕심과 나태함을 이기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남을 이기기 위해 뒤꿈치를 드는 사람은 강자가 아니다. ‘도덕경(道德經)’에서는 뒤꿈치를 드는 사람(企者)과 함께 성큼성큼 내달리는 사람(跨者)도 언급하고 있다.
‘성큼성큼 내달리는 사람은 멀리 가지 못한다(跨者不行, 과자불행).’
주저앉지 않고 오래 서 있기 위해서는, 지치지 않고 멀리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만 이익을 취하려는 이기심을 버리고, 옆 사람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도와주어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스스로 겸손하게 뒤로 물러나도 주변 사람들이 다투어 나를 앞장서게 만들고, 몸을 낮추고 있어도 주변 사람들이 나를 위로 끌어올려 높게 세울 것이다.
타인이 아니라 나와 경쟁하고, 나의 이기심과 싸워 이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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