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15 격주간 제849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유

"꽃나무는 말이 없는데 사람들이 모여 길이 생긴다네
桃李無言 下自成蹊(도리무언 하자성혜)
- 《사기(史記)》 중에서"


예로부터 우리 집에 많은 손님이 찾아오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 여겼다. 공자는 ‘인(仁)’을 설명하며 “만나는 모든 사람을 귀한 손님을 맞이하듯이 대하고, 담당하는 모든 일을 중요한 제사를 받들 듯이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상을 모시는 제사와 손님을 맞는 일을 동격으로 다루고 있는 것만 보아도 손님이 갖는 의미를 잘 알 수 있으리라.
‘논어(論語)’에 나오는 “먼 곳에서 친구들이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라는 말도 연관되어 있다.
이미 친구인 사람만 오는 게 아니라 이전에는 친구가 아니었으나 찾아와 교류를 한 이후 친구가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가 눈과 귀로 확인한 후 실망하지 않고 결국 친구가 되었으니 이 또한 얼마나 기쁜 일인가.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이장군열전(李將軍列傳)’을 보면 ‘도리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下自成蹊)’라는 문장이 나온다. 중국 한(漢)나라의 장군 이광(李廣)에 대한 설명이다.
이광(李廣)이 흉노족과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였다. 너무 무리하게 적진 깊숙이 들어간 이광의 부대가 적군에 포위되고 말았다. 전멸될 위기 속에서 이광은 당황하는 부하들에게 말했다.
“말에서 내려 안장을 풀어라.” 적군에게 포위됐는데 말에서 내리라고? 그러나 부하들은 이광의 말에 따랐다. 병사들이 말에서 내리는 모습을 본 흉노족은 ‘주변에 다른 부대가 숨어 있다가 우리를 협공하려 하는구나!’하는 생각에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광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적장의 목을 베어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광은 길게 설명하지 않았으나 부하들은 그를 믿고 따랐기에 이룬 성과였다. 이에 대해 사마천은 이렇게 설명했다. “장군은 언변은 좋지 않았으나 그 덕과 성실함은 천하에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많은 병사들이 그를 믿고 따랐으며 큰 전공을 세울 수 있었다. 꽃나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나무 아래에는 자연스럽게 길이 생기는 것(桃李無言 下自成蹊)과 같은 이치라 하겠다.”
향기에 끌려 나무 아래로 모여들고 그 아름다움에 반해 떠날 줄 모른다. 그렇게 모여든 사람들은 꽃나무의 친구가 된다. 모이라고 소리 지르고 압박하고 명령하거나 교묘히 꼬드겨 모여들게 하는 것은 동원(動員)이지 자원방래(自遠方來)가 아니다. 또 그렇게 모여든 사람들은 친구가 되지 않는다. 친구가 되지 않으면 큰일을 이뤄낼 수도 없다.
먼 곳이란 지리적 거리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생각의 거리, 신분의 거리, 재산의 거리도 포함된다. 가난하고 가방 끈이 짧으며 초라한 사람까지도 곁으로 다가오게 만들어야 하고 그들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 그저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만 잔뜩 모여드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민담(民譚)을 보면 큰 부자였다가 망한 집안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그런 이야기에는 하나의 코드가 존재하는데 그게 바로 손님맞이에 관한 것이다.
시주를 온 스님을 주인이 박대하여 돌려보내거나 손님치레에 힘겨워하던 하인들이 주인의 명을 어기고 손님들을 박대하여 찾아오는 손님이 점점 줄었다거나 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렇게 찾아오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더니 결국 망했다는 게 결론이다. 내 주변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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