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01 격주간 제848호>
[지도교사 이야기] 4-H활동으로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고 싶다

"한번 뿐인 학창시절, 학생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추억을 쌓게 하고 싶다"

이 나 영 (천안제일고등학교4-H회)

푸릇푸릇한 새 봄을 맞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출근을 하던 날이 기억난다.
어떤 학생들을 만나게 될까? 우리 반은 어떤 아이들일까?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설렘과 걱정을 한가득 안고 교직에 발령을 받은 지, 또 천안제일고등학교4-H회 지도교사가 된지 어느덧 3년차에 접어들었다.
농업계 교사로서 4-H를 이론적인 측면은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어떠한 활동을 하는지, 4-H를 통해 학생들과 어떤 추억을 쌓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전국 4-H지도교사 워크숍에 당시 부장선생님의 적극적인 권유로 참석하게 되었고 그것이 4-H와 마주하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워크숍을 통해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던 4-H가 다른 학교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이를 통해 아이들이 어떠한 변화를 겪는지 접해보았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만났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공부와 경쟁에 노출되어 있고 그로 인해 상처받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푸른 자연과 동아리 활동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게 되는 모습이 희망적으로 느껴졌다. 과연 우리 아이들이 정말로 변할 수 있을까? 한번 뿐인 학창시절, 학생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추억을 쌓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령 첫 해는 학생들과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천안제일고4-H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연구하는 시기였다. 수업시간 내내 무기력하게 조는 학생, 학교 오는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운 학생, 경쟁과 결과만을 중시하는 분위기에서 기가 죽어 있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4-H를 맡은 지 2년째가 된 작년, 학생들과 학교 텃밭을 가꾸며 옥수수, 고구마, 수박, 오이와 같은 농작물을 직접 함께 길렀고 학교 정원을 조성하기도 하였다.
유달리 더웠던 2016년 학생들이 기피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주말에도 적극적으로 나와 성실한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을 보며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인가, 또 이 아이들을 위해 어떠한 교사가 되어야하는지 고민하게 되는 한 해였다.
어쩌면 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소외받았던 아이들이 학교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책임감을 갖게 되어 학교생활에 새로운 의미를 찾는 모습이 기특했다.
3년째가 되는 올해는 또 어떠한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설레는 마음으로 2017년 새 학기를 맞이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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