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01 격주간 제848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인내심이 세상을 바꾼다

"군자는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다
君子求藷己(군자구저기)
- 《논어(論語)》 중에서"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지저분하게 쓰레기가 나뒹구는 장소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사람은 문제라고 인식하지만 또 다른 사람은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을 수 있다. 문제의식을 갖는 순간, 문제 해결에 대한 책임은 ‘너’가 아닌 ‘나’에게 존재한다.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없기 때문이다.
결국 청소하기 위해 나서는 사람은 쓰레기를 버린 사람이 아니라 지저분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쓰레기를 버린 사람에게 ‘당신에게 책임이 있다!’라고 소리 높여 외쳐도 소용이 없다. 그 사람은 문제라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곳은 원래 지저분하던 곳’이라고 주장하거나 ‘이곳에 쓰레기를 버릴 수밖에 없는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를 언급하며 책임을 회피한다.
“나만 버렸냐? 쓰레기를 버린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똑 같이 책임을 물어라. 그게 정의로운 것이다.”, “내가 버렸다는 증거 있냐? 증거가 없으니 나는 무죄다.”라며 큰 소리로 외친다.
결국 마을은 소란스러워지고 논쟁이 이어진다. 사람들은 두 편으로 나뉘어 싸운다.
각각 자신의 주장이 정의로운 것이며 상대편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마을을 혼란에 빠뜨리려 한다며 피를 토한다.
“모든 게 다 내 탓이다.”라는 생각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게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가난한 사람의 문제는 전적으로 그의 책임인가.
그러니 다른 사람들에게는 책임이 없는 것일까.
“군자는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지만 소인은 문제의 원인을 남에게서 찾는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
‘논어(論語)’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의 이 말은 단순히 “내 탓이오.”의 범주를 넘는다. 단순히 ‘내 잘못이야.’라며 고개를 숙이라는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인은 시스템을 탓하고 타인을 탓하며 그 뒤에 숨는다.
잘못을 숨기거나 변명으로 덮으려고 애쓴다. 그러나 군자는 다르다.
군자도 시스템의 문제, 사회의 문제를 모르는 게 아니다. 그 사람의 잘못임도 알고 있다.
그러나 사회의 일원으로 존재하는 나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기에 앞서 스스로 솔선수범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바보 아니야?’라는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그게 옳은 길이라면 멈추지 않는다.
시스템 개선을 위해, 사회 개혁을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것이 민초들 책임이었던가. 그러나 민초들은 그것을 따지지 않고 독립운동에 나섰다.
‘일본놈 하나 암살한다고, 만세 운동한다고 조선이 독립되겠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으면서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꾸준히 하다보면 도와주는 이들이 생기고 상황도 변한다.
문제라고 느꼈다면 인내심을 가지고 해결하려 노력해야 한다.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더라도 지치지 않고 노력하라는 뜻이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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