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15 격주간 제636호>
그곳에 가면 물에도 향기가 난다!
이규섭의 생태기행 - 오산 물향기수목원 -

개구리밥이 떠 있는 습지생태원

그 곳에 가면 물에서도 향기가 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리움의 향기가 나듯. 수생식물이 뿜어내는 그윽한 향기가 물 이랑을 이루며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물 향기 나는 곳은 어디인가.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경기도 오산시 수청동에 자리한 ‘경기도립 물향기수목원’이다. 맑은 물이 많이 나온다는 수청동 일대 34㏊(10만평)의 산기슭에 조성된 물향기수목원은 6년 동안의 오랜 공사를 끝내고 지난 5월 문을 열었다.
수목의 특성에 따라 소나무원, 단풍나무원, 유실수원, 곤충생태원, 분재원, 수생식물원 등 16개 주제별로 공간을 꾸몄다. 목본 972종과 초본 629종 등 모두 1601종, 42만5129그루의 자생식물이 산재해 있어 도심의 허파구실은 물론, 시민들의 자연체험학습장과 쉼터 구실을 한다. 휴일이나 주말이면 수많은 인파가 몰려 몸살을 앓을 정도다.
정문 앞 등나무 덩굴로 만든 만경원을 지나자 확트인 중앙광장이 나온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은 토피어리원. 20년이 넘는 향나무를 다듬어 공룡과 크낙새, 학과 거북이 등 각종 동물 모습으로 꾸며놓았다. 정원사의 ‘가위 손’ 솜씨에 찬탄이 절로 나온다.

창포, 부들 등 수생물이 자라는 수생식물원

측백나무와 향나무로 조성한 ‘미로원’은 출구를 알 수 없어 어린이들의 흥미와 상상력을 넓혀주는 공간이다. 어린이들은 연신 “엄마 어디로 나가야 돼” 묻는가하면 연인들도 깔깔거리며 미로사이를 누빈다.
김소월, 이육사, 홍난파 등 여러 예술가들의 작품과 노래 속에 등장하는 식물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향토예술나무원’과 나비,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물방개 등 곤충들의 생활모습과 변해 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곤충생태원’도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기능성식물원에서는 꿩의 다리와 깽깽이풀 등 약용식물과 돌나물 등 식용식물 100여종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수목원 중앙에 위치한 물향기수목원은 습지생태원과 수생식물원, 호습성식물원으로 자연습지 생태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놓았다.
물 속에 뿌리를 내린 갯버들이 소녀의 생머리처럼 휘늘어져 그림자를 드리웠다. 쭉쭉빵빵 뻗은 부들의 갈색 꽃대는 홧도그와 흡사하다. 노랑어리연꽃도 앙증맞게 노란 꽃잎을 피워 올렸다. 창포, 달뿌리풀, 가래, 흑삼릉, 동의나물 등 수생식물 사이로 청둥오리가 누비고 왜가리와 두꺼비도 더불어 산다. 수목원 관계자는 “물이 많이 나오는 특성을 살려 전국 최고의 습지 및 수생식물원으로 특화하겠다”고 말한다.
오솔길과 나무다리를 건너 수목원 꼭대기 전망대에 오르면 꽃향기와 물향기 그윽한 수목원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입구에서 전망대까지는 4.5㎞. 쉬엄쉬엄 걸어도 2시간 남짓 걸린다. 전체적으로 경사가 완만해 아이들과 노인들도 다니기에 무리가 없다.
수목원에는 방문객 편의를 위한 방문자센터를 비롯해 전망대, 잔디마당, 숲 속 쉼터, 휴게공간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설치돼 있고, 숲 속에서 삼림욕을 하며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어 휴식공간으로도 인기다. 수목원에 대한 이해와 관람을 돕기 위해 11월30일까지 수목원 숲 해설 서비스를 실시한다. (문의:☎031-249-5314) 〈이규섭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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