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동물과 인간의 징검다리 역할하다!
김 성 기 지도교사(김포 통진중4-H회)
나는 동물원 가는 것을 아이들만큼이나 좋아한다. 동물 생태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편인데, 그 호기심을 채우기에는 아무래도 책이나 인터넷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예전 동물원은 사람들이 보기 좋게 좁은 공간에 동물들을 전시하는 것이 그 중심 기능이었다. 또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동물쇼를 보여 주는 동물원도 많았다. 동물원의 동물들 중에는 무기력증에 빠져 있거나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정형행동’과 같이 이상행동을 보이는 동물들도 많았다.
그러나 요즘 동물원은 많이 바뀌고 있다. 동물 복지 관점에서 동물원의 전시 공간을 꾸미고, 동물 전시 기능보다는 동물들의 종 보전이나 멸종 위기 동물 관리 및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동물원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동물을 좋아하지만 집에서 키우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잘 키울 자신이 없다. 그러나 주변에서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사람들이 집에서 키우는 동물들을 이전에는 ‘애완동물’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요즘에는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을 보다 많이 쓰는 것 같다. 이는 사람들이 동물들을 더 이상 취미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동물들을 삶의 동반자로 여기면서 정서적 교감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전국이 AI와 구제역 때문에 난리다. AI와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언론에서는 계란 및 육류 가격의 폭등을 걱정하고 있지만, 나는 AI와 구제역을 차단한다는 명목으로 이번에 얼마나 많은 닭과 소, 돼지 등이 살처분 될지가 걱정이다.
이렇게 동물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의 일상생활에 가까이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가까이 있는 동물들과 우리 인간들 사이에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수의사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수의사’하면 떠오르는 생각이 아마 ‘동물병원 원장님’일 것이다. 나는 이번에 ‘아파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이라는 책을 통해 우리 주변에 있는 동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수의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비로소 자세히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수의사인 저자가 약 20년 동안 광주에 있는 우치동물원을 비롯해 대관령목장, 유기동물 보호소, 동물부검실, 도축장 등을 종횡무진 누비며 그곳에서 만난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특히 저자는 다양한 동물들의 삶을 소개하는 동시에, 동물 복지에 관한 이슈들을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다. 유기견, 로드킬, 육식, 멸종 위기 동물, 동물 전염병 등에 대한 저자의 문제 제기와 그만의 해법들은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우리와 더불어 사는 많은 동물을 올바로 지키고 사랑해야 하는 우리 인간들의 책임감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또한 수의사만 알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비밀스럽고도 흥미진진한 동물 이야기가 의외로 재미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동물원 이야기보다는 대관령목장과 도축장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다. 동물원이나 동물 생태와 관련된 내용은 책이나 인터넷 또는 신문 기사를 통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나 목장이나 도축장에 대한 이야기는 생소한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목장과 도축장의 풍경과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동물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수의사의 개인 경험담을 넘어서 동물을 바라보는 철학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단순히 직업으로서 수의사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물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을 수의사의 입장에서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어떻게 풀어야 할지 저자의 깊이 있는 고민이 나타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수의사를 꿈꾸거나 동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청소년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생명’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에 읽은 후의 울림은 묵직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최종욱 지음 / 창비 펴냄 / 1만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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