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용 정 (전남4-H본부 사무처장)
2017년은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이다. 정유년은 60갑자 중 34번째 해인데 붉은색을 뜻하는 정(丁)과 닭을 뜻하는 유(酉)가 결합된 해다. 닭은 계유오덕(鷄有五德)이라고 하여 다섯 가지 덕을 가진 동물 즉 머리의 관은‘학문’, 발톱은 ‘무예’, 싸움을 잘하니 ‘용감’, 모이를 나눠먹으니 ‘인정’, 시간을 알려주니 ‘신뢰’를 의미한다고 한다.
닭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짐승이다. 닭의 울음소리로 하루를 시작하고 닭이 홰에 올라가는 시간에 맞춰 하루를 마감했다. 시계도 제대로 없던 그 시절 닭의 울음소리는 천연 알람시계였던 셈이다.
필자도 1960년대 후반, 고향에서 순천으로 통학을 했다. 이 때 우리 집에는 시계가 없어 새벽 5시에 우는 닭의 울음소리에 맞춰 형수님께서 일어나 나의 아침밥을 해주셨다. 이처럼 닭은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운 가축이다. 이를 연유로 해서 필자의 배필도 정유생(1957년)을 선택했다.
또한 닭은 입신출세와 부귀공명을 상징하기도 했는데 닭의 볏은 관(冠)을 쓴 모습이고, 벼슬이라는 말도 볏에서 나온 말로 과거 급제를 염원하던 선비들은 서재에 닭 그림을 걸어두기도 했다. 우리 조상님들은 닭이 우는 소리와 함께 새벽이 오고 어둠이 끝나며 밤을 지배하던 마귀나 유령이 물러간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닭은 어둠속에 떠오르는 광명의 빛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힘찬 울음소리로 새벽을 맞이하는 빛의 동물이기도 하다.
110여년 전 미국에서 시작된 4-H운동은 1947년 우리나라에 보급되어 올해로 70주년 고희(古稀)를 맞았다. 70년 전 황무지나 다름없던 이 땅에 4-H가 시작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것이었다. 농촌지역에 거주하던 청소년들은 그야말로 4-H활동을 통해 희망을 갖게 됐고 자신을 계발하면서 이 사회에 헌신적인 기여를 했다.
70년 전 우리는 지역 인재를 길러냈다. 이제 앞으로 70년은 대한민국4-H를 세계로 이끄는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70년 전 우리는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과제활동을 펼쳤지만 앞으로 70년은 지구촌이 안고 있는 기아, 식량부족, 환경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예전에 우리는 농업사회였다. 국민의 대다수가 농업에 종사했고 마찬가지로 많은 청소년들 또한 농촌에 거주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청소년이 도시지역에 살고 있다. 4-H는 지역사회 청소년 교육운동이다. 청소년이 있는 곳으로 4-H의 활동무대를 넓혀가야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도시지역 학교에 4-H를 보급할 방안을 찾아야 될 것으로 사료된다.
청소년이 우리의 미래이고, 청소년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70년 전 청소년들이 4-H를 통해 대한민국을 바꿔냈듯이 이제는 세계를 바꿔내는 4-H가 되어야 할 것이다.
4-H출신이면서 양계로 대기업가 반열에 오른 인물이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이다. 김홍국 회장은 11세 때 외할머니가 주신 병아리 10마리로 오늘날 5조원의 기업을 육성한 분이다. 그 분은 1957년 정유생이다. 그래서인지 닭과 인연이 되어 1978년 이리농업고등학교 재학 시절 부모님이 공무원을 권유했지만, 4-H활동을 하면서 사업가의 길을 택했다. 김 회장에게서 4-H는 꿈을 처음 펼치는 마당이었고 아직도 그 정신과 이념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 회장은 명석한 머리(智)는 곧 경영하는 지혜이며, 충성스런 마음(德)은 곧 고객의 신뢰에 보답하는 정신이고, 부지런한 손(勞)은 그러한 마음과 정신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며, 건강한 몸(體)은 더 나은 삶을 만들어 내려는 몸가짐이었다고 강조한다.
닭은 예로부터 어둠속에서 가장 먼저 새벽을 깨우는 근면함과 성실함이 으뜸이다. 특히 붉은 닭은 지혜와 지략이 뛰어나고 담력이 크고 앞을 내다보는 예견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지금 4-H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청소년과 청년4-H회원들은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의 4-H를 통해 체득한 경영철학과 정유년 계유오덕(鷄有五德)을 본받아 4-H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더욱 열심히 활동을 펼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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