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01 격주간 제846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한 달에 닭 한 마리씩 훔치다가 내년이 되면…
月攘一 以待來年(월양일계 이대내년)
- 《맹자(孟子)》 중에서"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것이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적당히 시간을 때워가는 것에 비해 가치 있는 것이라는 생각에 반대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계획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갑론을박(甲論乙駁)이 있을 수 있다.
지금 당장 실천에 옮길 것인가 아니면 때를 봐서 적당한 시기를 찾아 실천에 옮길 것인가. 다소 느리지만 천천히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 나갈 것인가 아니면 사소한 것들은 뒤로 미루고 결정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한방으로 해결할 것인가.
유가(儒家)에서는 ‘시중(時中)’을 강조한다.
‘때에 따라 적절히’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게 참으로 애매모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너무 자의적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시중(時中)’의 전제조건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다.
‘시중(時中)’의 전제조건은 그 주체가 군자(君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용(中庸)’을 보면 ‘君子中庸(군자중용) 小人反中庸(소인반중용) 君子而時中(군자이시중) 小人而無忌憚(소인이무기탄)’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군자는 중용을 행하지만 소인은 그 반대로 한다. 군자는 자기 맘대로 해도 저절로 때에 따라 적절한 행동이 나오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매우 자유롭다. 때에 따라 적절히 하지 않으면 스스로 부끄럽고 불편해서 견디지 못한다. 이미 수신(修身)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신이 되지 않은 소인에게는 중용(中庸)에 입각해 시중(時中)하는 것이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 반대로 하는 게 너무나 편하다. 반대로 해도 부끄럽거나 거리낌이 없다(無忌憚).
‘시중(時中)’의 실천은 ‘수신(修身)’의 결과다. 아직 수신도 되지 않은 사람이 “이렇게 하는 게 나에게는 적절한 것이며 ‘시중(時中)’의 실천이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스스로 아직 수신이 덜 되었다면 ‘시중(時中)’을 논하며 변명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착하고 바른 일이라면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것이 올바른 일이 아니라면 해서는 안 된다(勿以善小而不爲 勿以惡小而爲之).”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나오는 말이다. 적절한 때인가 아닌가를 가리지 말고 일단 실천해야 한다. 긍정적인 것은 작은 것부터라도 조금씩 실천하여 나중에 그것이 쌓여 크게 되도록 해야 한다. 반대로 부정적인 것은 단칼에 잘라내야 한다.
“매일 이웃집 닭을 훔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알고 손가락질하자 그 사람은 ‘그러면 훔치는 것을 줄여서 한 달에 한 마리씩 훔치다가 내년에 깨끗이 손 씻겠소(月攘一 以待來年(월양일계 이대내년)’라고 했다. 그게 옳다고 생각하는가?”
세금을 줄이라고 충고하자 ‘앞으로 조금씩 줄여나가겠다’고 대답하는 송나라의 대부(大夫)에게 맹자(孟子)가 들려준 말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단칼에, 해야 할 일은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이것이 정답이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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