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15 격주간 제845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휩쓸리지 말고, 맞이하라

“조심스럽게, 경솔하지 않게”
戰戰兢兢 罔敢或易(전전긍긍 망감혹이)
- 〈경재잠(敬齋箴)〉 중에서

‘명심보감(明心寶鑑)’을 보면 ‘공자삼계(孔子三計)’라는 대목이 나온다.
‘계획을 세우는 것에 대해 공자가 강조한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인생 전체의 큰 계획은 어릴 때 세워야 하고, 1년 계획은 봄에 세워야 하며,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세워야 한다. 어릴 때부터 열심히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늙어도 아는 게 없어 초라해지고, 봄에 열심히 밭을 갈고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이 되어도 거둘 것이 없고,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하루가 그냥 허무하게 지나가 버리고 만다.”
어릴 때 세워지는 계획은 부모의 일상에서 비롯된다. 어린아이는 부모를 보며 자신의 미래를 그린다. 부모의 일상은 그래서 중요하다.
일상(日常)은 특별하고 원대한 그 무엇이 아니라 날마다 반복되는 사소한 생활태도를 말한다. 날마다 반복되는 사소함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학(小學)’을 보면 6세부터 숫자 세는 방법과 동서남북 등 방향을 가르쳐 주라고 했으니 계획은 이미 그 이전에 세워졌다고 봐야 한다.
하루의 계획이 세워지는 새벽은 언제인가. ‘명심보감(明心寶鑑)’에서는 콕 찍어 ‘인시(寅時)’라고 말한다.
인시는 새벽 3시 반에서 4시 반 사이를 뜻한다. 그러므로 새벽 4시 무렵이라 할 수 있다. 겨울의 해는 7시가 넘어서 솟아오르고 여름의 해는 5시가 넘으면 떠오른다.
새벽 4시는 해가 뜨기 한참 전이다. 해가 뜨기를 기다리며 하루를 준비하라는 뜻이다. 해가 떠올랐다면 이미 늦은 것이다.
1년의 계획을 세우는 봄은 언제인가. 새해가 시작되면 그때 바로 봄도 시작된다. 그러므로 음력 1월이 봄이다.
해가 떠오르기 한참 전에 일어나야 하는 것처럼 따스한 기운이 오기 전에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는 뜻이다.
계획도 세우기 전에, 꽃이 피고 따스한 바람이 느껴진다면 봄을 맞이한 게 아니라 봄에 휩쓸린 것이다.
결론은 ‘휩쓸리지 말고, 맞이하라’는 것이다. 미리 준비하라는 뜻이다. 귀한 손님이 올 때처럼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깔보거나 만만하게 보지 않는다.
중요한 사람을 기다릴 때에는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내가 아니라 상대가 좋아하는 것들을 먼저 챙기고 기뻐할 것들을 마련하면서 조심스럽게 준비해야 한다. 함부로 할 수 없다.
도적떼가 오는 중이라면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담장을 정비하고 체력을 단련하며 그들을 물리칠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소홀히 할 수 없다. 준비가 잘 되었다면 도적떼에 유린당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도적떼를 물리쳐 편안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경솔하거나 안이하지 않도록(戰戰兢兢 罔敢或易(전전긍긍 망감혹이).”
주자(朱子)의 ‘경재잠(敬齋箴)’에 나오는 말이다. ‘전전긍긍(戰戰兢兢)’은 단순히 무서워서 벌벌 떠는 게 아니다. ‘될 대로 되겠지 뭐’라는 안이한 마음을 버리라는 뜻이다.
전쟁을 앞둔 용감한 장수처럼,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겸손한 주인처럼,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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