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15 격주간 제636호>
나무로 만든 베게…회초리 맞는 도구로 변신도
전통의 멋 - 목 침 -

연세가 지긋한 분들은 머슴방에서 툭툭 자른 네모진 메주덩이만한 나무 도막을 베고 누워 옛날 이아기를 듣다가 잠들곤 하던 옛날 어렸을 적 생각을 떠올리며 빙그레 웃으실 것이다. 이는 나무도막이 베게로만 사용한 목침(木枕) 이전에 아버지께서 잘못을 꾸짖으면서 회초리를 때릴 때 꼭 목침 위에 서게 하고 종아리를 맞던 기억이 새롭기 때문일 것이다.
목침은 나무로 만든 베게를 말한다. 하지만 대나무, 풀, 종이로 꼬아 만든 것이 모두 이에 속한다. 그러나 이름 그대로 나무로 만든 목침이 진짜 목침으로 잠자기에 쓰인 외에 다양한 쓰임새로 오늘날까지 존재해 온 것이다.
목침의 포인트는 후두부를 자극하면서 혈액순환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다. 신경을 많이 써 뒷목이 뻐적지근할 때 목침을 베면 지압효과는 물론 나무의 감촉이 서늘하면서도 체온을 은근하게 유지해 주어 잠을 잘 때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름철 대청마루에서 목침을 베고 누워 있으면 시원함도 배가되고 은은한 향기가 나서 기분이 좋아진다.
목침의 재료는 보통 감나무, 회화나무, 오동나무, 소나무 등인데 이들 나무들은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나무의 결을 살려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목침의 형태도 가지각색이었다. 둥근 모양이 있는가하면 사각모양, 직사각모양, 반달모양, 동물모양 등이 있는데 직사각모양을 가장 많이 선호했다. 사각모양은 가운데에 마름모꼴이나 동그라미 모양의 구멍을 낸 것이 많고 동물모양은 통나무를 깎아서 만들었는데, 호랑이 모양이 가장 흔했다. 신침(神枕) 또는 약침(藥枕)이라고 하여 목침 안에 약재를 넣어 사용하거나 책을 넣어 두어 사용할 때마다 약향과 문향의 우아한 정취가 느껴지도록 하기도 했다.
목침 이용의 하아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종아리 때릴 때가 아닌가 한다. 회초리의 회전 높이와 각도를 맞추기 위해, 즉 회초리를 자연스럽게 휘두르기 위해서는 목침 위의 종아리 위치가 딱 이였다. 이러한 행동에는 무한한 애정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 목침에 올라서게 하는 것은 회초리를 때릴 때 아이가 긴장을 하도록 하여 근육의 상처를 덜 주려는 배려에서 나온 것이다. 낮은 물건이라도 올라서면 몸은 균형을 잡기 위해, 넘어지지 않으려고 긴장하게 된다. 이러한 긴장은 무방비의 근육보다 맞았을 때 상처가 훨씬 덜하다고 한다. 또한 이런 행동을 하게 하면서 때리려는 사람도 시간을 갖고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다. 우리의 조상들의 깊은 철학이 이 조그마한 목침에도 숨어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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