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01 격주간 제844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닭이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습니다
鷄旣鳴矣(계기명의)
- 《시경(詩經)》 중에서"


새해가 되면 운세를 점쳐보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그래서 생년월일시를 뜻하는 사주(四柱)를 살펴보기도 한다. 그러나 사주만으로 운세를 알기는 어렵다. 다른 사람과의 조화, 시대와의 조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새롭게 시작되는 2017년의 특성을 파악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2017년은 간지(干支)로 따졌을 때 정유년(丁酉年)이다.
정(丁)은 간(干)이고 유(酉)는 지(支)다. 우리가 사용하는 간지(干支)는 10개의 간(干)과 12개의 지(支)가 쌍을 이루며 구성된다. 그래서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라고 부른다.
간(干)은 ‘방패’라는 뜻과 함께 ‘가장 중요한 것, 몸통’의 뜻도 지닌다. 양(陽)에 해당하며 하늘(天)을 뜻한다. 그래서 천간(天干)이라 부른다. 지(支)는 ‘지탱하다’라는 뜻과 함께 ‘몸통에서 갈라져 나온 가지’의 뜻도 지닌다. 음(陰)에 해당하며 땅(地)을 뜻한다.
그래서 지지(地支)라 부른다. 쉽게 말하면 하늘(天干, 陽)과 땅(地支, 陰)이 어우러져 간지(干支)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10개의 천간은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로 이뤄져 있고 12개의 지지는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를 말한다.
지지는 각각 동물을 상징하며 천간은 서로 다른 다섯 가지의 색깔과 물질을 상징한다. 갑(甲)과 을(乙)은 파란색과 나무(木), 병(丙)과 정(丁)은 붉은색과 불(火), 무(戊)와 기(己)는 노란색과 흙(土), 경(庚)과 신(辛)은 하얀색과 금(金), 임(壬)과 계(癸)는 검은색과 물(水)을 뜻한다.
각각의 색깔은 방향을 뜻하기도 한다. 파란색은 동, 하얀색은 서, 빨간색은 남, 검정색은 북, 노란색은 중앙이다. 다섯 가지 방향의 색이라 하여 오방색(五方色)이라 부른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 행사에 등장했던 ‘오방낭’도 오방색 주머니를 말하는 것이다.
십간십이지는 이처럼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으로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다. 정유년(丁酉年)은 ‘붉은색’과 ‘불’, ‘음(陰)’과 ‘남쪽’, 그리고 ‘닭’을 상징한다. 이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닭’이다.
닭은 새벽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아채고 만천하에 이를 알리려고 우렁차게 울어댄다. 스스로 하늘을 날아오르지는 못하지만 잠든 용들을 깨워 승천하도록 돕니다.
“닭이 웁니다. 조정에 대신들이 다 모였습니다(鷄旣鳴矣 朝旣盈矣, 계기명의 조기영의).” ‘시경(詩經)’에 등장하는 시 ‘계명(鷄鳴)’의 한 구절이다. 잠자는 임금을 깨워 집무실로 보내려는 왕비의 노래라고 한다.
아직 날은 어둡지만 우렁찬 닭의 울음소리를 들었다면 벌떡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아직 깨어나지 않은 사람들을 깨워줘야 한다.
스스로 날아오르지 못한다 하더라도 다른 이들이 날아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닭처럼, 우리도 열심히 타인을 도와줘야 한다. 타인을 도와주면 그만큼의 복(福)이 나에게 올 것이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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