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5 격주간 제843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진정한 효자가 나라를 구한다
“평생토록 부모를 잊지 않는 게 대효(大孝)”
大孝終身募父母(대효종신모부모)
- 《맹자(孟子)》 중에

성군(聖君)으로 알려진 대부분의 임금들은 효자(孝子)였다. 효(孝)는 자신의 부모를 잘 섬기는 것을 뜻하는 것인데 그런 사사로운 미덕이 어떻게 세상을 바르게 다스리는 공적인 일과 연결되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인물이 바로 우(禹)임금이다. 우임금의 아버지는 곤()이다. 요(堯)임금 시절에 숭(崇) 부락의 수령으로 재직했다. 홍수 피해가 계속 이어지자 요임금은 홍수대책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위원장으로 곤을 임명했다. 곤은 제방을 쌓아 홍수 피해를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그가 쌓은 제방은 번번이 무너졌고 그로 인해 피해는 더욱 커졌다.
요임금의 뒤를 이어 임금의 자리에 오른 순(舜)임금은 피해를 키운 책임을 물어 곤을 우산(羽山)으로 추방했다. 곤은 유배지에서 쓸쓸히 죽어갔다. 이후 순임금은 곤의 아들인 우를 홍수대책특별위원장 자리에 앉힌다.
우는 제방을 쌓은 아버지의 해법을 따르지 않았다. 강줄기를 따라 현장을 발로 뛰면서 새로운 물길을 만들고 그 물이 논으로 흘러들게 했다. 수해는 해결됐고 풍년이 이어졌다.
우는 홍수대책특별위원장으로 있던 13년 동안 세 번이나 자신의 집 앞을 지나갔지만 한 번도 집에 들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는 진정한 효자로 꼽힌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제사도 제대로 지내지 않고 집안도 돌보지 않은 그를 왜 효자라고 하는 것일까.
우의 머릿속은 아버지가 쌓은 제방이 무너져 참혹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절규로 가득했을 것이다. 그 지옥과 같은 풍경을 잊을 수 없었으리라. 그리고 죄책감과 자괴감 속에 죽어간 아버지와 죄인처럼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던 가족들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홍수를 이겨내는 것은 그 어떠한 것보다 그에게 중요한 일이었다. 온 백성들을 위한 일이었으며,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었고, 고개 숙인 가족들을 일으켜 세우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우는 “아버지는 백성들에게 고통을 주려고 제방을 쌓은 게 아니다. 백성들을 살리기 위해 선의(善意)로 했던 일인데 왜 죄를 묻는 것인가. 우리는 억울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아버지의 선의를 이어받아 성실하게 실천했다.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순임금을 이어 임금의 자리에 올랐다.
진정한 효도란 무엇인가. 우임금은 효도가 사사로운 미덕이 아니라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공적인 일의 기초라는 것을 알려주는 모범답안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일화 하나.
우(禹)가 임금의 자리에 오른 후 의적(義狄)이란 사람이 우연한 계기로 술을 발명하게 됐다. 그 맛이 너무 황홀하여 이를 우임금에게 바쳤다. 술을 마신 우임금도 깜짝 놀랐다. 처음으로 느끼는 황홀경! 그 순간, 우임금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은 이러했다.
‘잘못하다가는 술에 빠져 나라와 집안을 망하게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욕보일 수도 있겠구나.’ 이후 우임금은 술과 함께 의적까지 멀리했다고 한다. 맹자가 말한 ‘대효(大孝)’란 바로 이런 것이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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