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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1 격주간 제84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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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의 고전산책] 사유(四維), 네 개의 동아줄 |
"부끄러움을 모르면 하늘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不愧于人 不畏于天(불괴우인 불외우천)
- 《시경(詩經)》 중에서"
과거를 통해 교훈을 얻어 오늘의 나를 가다듬는다. 그러므로 역사는 거울이다.
거울을 보는 것처럼 역사를 보면서 오늘을 가다듬어야 한다. 흐트러짐이 없는지 살펴 단정하게 오늘의 나를 고치고 바로잡기 위해 역사가 존재한다.
왜 스스로를 비춰보는가. 부끄러움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스스로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학문의 기본이다.
부끄러움을 알아야만 반성도 있고 스스로를 가다듬을 수도 있다. 부끄러움을 모르면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재상 관중(管仲)이 지었다고 알려진 ‘관자(管子)’에는 ‘나라를 유지하는 4개의 동아줄’을 의미하는 ‘사유(四維)’가 등장한다.
“나라를 단단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네 개의 동아줄(四維)이 필요하다. 그 중에 하나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두 개가 끊어지면 나라가 위태로워지며, 세 개가 끊어지면 나라가 뒤집어지고, 네 개가 끊어지면 나라가 멸망한다. 나라가 기울어진 것은 바로잡을 수 있고, 나라가 위태로워진 것은 편안하게 할 수 있으며, 나라가 뒤집어진 것은 바르게 일으켜 세울 수 있지만, 나라가 멸망하면 다시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그 네 개의 동아줄은 무엇인가. 첫째는 예(禮)이고, 둘째는 의(義)이며, 셋째는 염(廉)이고, 넷째는 치(恥)이다.”
마지막 네 번째 동아줄인 ‘치(恥)’가 바로 부끄러움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은 나라를 멸망으로 이끌 정도로 중차대한 문제라고 관중은 말한다.
중국 하(夏)나라의 마지막 임금 걸(傑)은 포악한 지도자의 대명사로 통한다.
이윤(伊尹)이 나서서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나라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자 걸은 “백성에게 군주는 하늘의 태양과 같은 것이다. 태양이 없어져야 나도 없어지는 것”이라며 고집을 부렸다고 한다. 그러자 백성들이 노래를 지어 불렀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태양아, 빨리 없어져라. 우리가 너와 함께 망하련다.”
중국 상(商)나라 마지막 임금 주(紂) 또한 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나쁜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폭정이 이어지자 조이(祖伊)가 “장차 나라가 멸망할 수 있다. 백성들도 이 나라의 멸망을 간절히 바라고 있을 지경”이라고 여론을 전달했지만 주는 “나는 하늘이 내린 임금이다. 나는 보통 사람이 아니므로 두려울 것이 하나도 없다.”라며 조이의 충고를 무시했다. 그러자 조이는 돌아서 나오며 이렇게 중얼거렸다고 한다.
“이제 말로는 안 되겠구나(不可諫矣).”
충고를 듣지 않은 걸과 주는 모두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둘의 공통점은 부끄러움을 몰랐다는 것이다. 부끄러움이 없으니 두려움도 없었다.
‘시경(詩經)’을 보면 ‘하인사(何人斯)’라는 시가 나온다. 우리말로 하면 ‘저 사람 누구인가요?’ 정도가 될 것이다.
그 중에 한 구절이 이러하다. “부끄러움을 모르면 하늘도 무서워하지 않는다(不愧于人 不畏于天).”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은 하지 못할 짓이 없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이처럼 중요하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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