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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5 격주간 제84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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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의 고전산책] 율곡이 선조에게 쓴 편지 |
"감추지 말고 모든 것을 그대로 드러내십시오
如靑天白日(여청천백일)
- 《성학집요(聖學輯要)》 중에서"
바른 정치란 몸과 마음이 바른 사람을 뽑아서 나랏일을 맡기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임금께서 스스로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해야만 합니다.
올바른 사람 곁에 올바른 사람이 모이기 때문입니다.
몸과 마음이 바른 사람을 뽑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들을 두루 잘 알아야 합니다.
여러 사람을 두루 알기 위해서는 임금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듣기 좋은 말에만 귀를 기울이고 듣기 싫은 말에는 귀를 닫아버리면 안 됩니다.
그런데 현재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누군가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특혜를 주지 말라”고 말하면 벌컥 화를 내며 그런 적이 없다고 소리를 지르십니다.
실제로 특혜를 주지 않았더라도 그렇게 화를 내면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예전에 성왕(聖王)들은 어떠했습니까.
신하들이 “항상 현명하게 행동하십시오.”라고 말한다고 해서 “내가 언제 함부로 행동한 적이 있는가?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하는가?”라며 화를 냈습니까? 아닙니다.
신하들에게 “그 말이 옳다.”라고 말하며 공손하고 겸손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입니까.
그런데 지금 우리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임금께서는 깊숙한 궁궐 속, 높은 자리에 앉아 있을 뿐 신하들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중요한 일이 생겨도 신하들을 믿지 못하니 그 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신하들에게 알리지도 못하고 임금 혼자서 고민합니다. 임금과 신하 사이에 틈이 벌어지니 그 틈으로 바르지 못한 사람들이 스며들게 됩니다.
올바른 것과 올바르지 않은 것들이 뒤섞여 도대체 어떤 것이 올바른 것인지 어떤 것이 옳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파악이 힘들 정도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혼란해지면 어떻게 나라를 바르게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아첨만 일삼는 사람들과 능력이 있고 경험이 많은 바른 학자들이 서로 구별되지 않고 하나로 취급되니, 아무도 열심히 일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게다가 임금께서는 신하들과 의견을 나누는 일조차 꺼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되니 백성들의 마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민심을 잃는 지경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백성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법을 고치자고 말씀드려도 법을 고쳤을 때의 부작용에 대해서만 근심합니다.
겉으로는 교묘하게 꾸미고 있지만, 속으로는 사사로운 이익만 추구하는 사람들을 분별해내어 멀리 내쫓아버리십시오. 어떠한 것도 감추지 말고 모든 것을 그대로 드러내십시오(如靑天白日). 그렇게 하면 그 누구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바른 길로 돌아가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今不急救 後悔無及).
…1575년, 율곡은 ‘성학집요(聖學輯要)’를 지어 선조에게 올리며 위와 같은 편지를 덧붙였다.
그러나 선조는 변화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17년 후인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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