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 은 회원(울산여상4-H회)
처음 4-H에 가입하게 된 계기는 특별하지 않았다. 동아리 시간으로 무엇을 하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4-H가 눈에 띄었다. 4-H가 무슨 활동을 하는 동아리인지 궁금해진 나는 4-H회원 친구에게 물어봤다. 학교 앞 텃밭 가꾸기, 대내외적인 봉사활동 그리고 사명의식을 가지고 행하는 생태탐구활동과 실천 등… 평소 봉사활동 기회가 적었기에 선뜻 4-H라고 적힌 동아리 란에 동그라미 표시를 했다.
4-H회원이 되고 첫 번째 활동은 학교 안 텃밭 가꾸기였다. 무언가를 키운다는 것, 또 보살핀다는 것은 비록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힘을 모았다. 처음에 꽤나 넓은 밭을 가꾸고 꾸려나간다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정성껏 텃밭을 가꾸었다. 하루, 이틀, 나흘… 시간이 흐르면서 조그마했던 상추들이 자라나고, 자그마한 모종이었던 방울토마토들이 붉어지고 있었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만큼 우리들의 마음속에서도 언제부턴가 보람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렇게 텃밭이 점점 모양을 잡아가고 있을 즈음 우리는 학교 안에 매실나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2년이 넘게 수도 없이 많이 지나왔던 길이지만 길목에 매실나무가 세 그루나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우리는 매실을 따기로 결심했다. 탐스럽게 달려있는 매실들이 정말 멋스러웠다. 높이 달려있는 매실도 모두가 힘을 합쳐 땄다. 우리는 수확한 매실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매실진액을 만들기로 했다. 해보지 못한 또 하나의 경험을 만들어 주는 좋은 시간이었다.
4-H회에서 태화강 걷기대회를 주제로 봉사활동을 개최한다고 했다. 이미 교내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었지만 대외 봉사시간도 채우고 싶은 마음에 친구와 함께 봉사활동을 신청했다. 중학교 때 봉사활동에 참여해 태화강을 걸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정말 걷기만 해서 힘이 빠지고 다리도 아팠지만 이번엔 달랐다. 모두 함께 걸으며 이야기도 나누고 주위 풍경도 구경했다. 중학교 때 보고 느끼지 못 했던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혼자 봉사활동에 참여했을 때는 봉사시간만을 받기 위한 생각에 소중한 주변 경치나 꽃내음을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모두가 함께, 혼자가 아닌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들과 미담을 나누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봉사에 참여하고 봉사 자체를 즐겼다. 그 순간 나는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것에 대한 가치를 깨달았다.
꾸준히 4-H활동을 해오고 있던 중 나에게 또 하나의 경험을 쌓을 기회가 주어졌다. 바로‘4-H청소년 서울현장체험학습’이었다. 예전에 서울에 가본 적이 있지만 4-H회에서 주최하는 시스템 아래 친구들과의 서울 탐방은 더욱 값진 시간일 것만 같았다.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긴 시간 버스를 타고 한국4-H본부에 도착해 숙소도 배정받고 본부를 둘러봤다. 그때 4-H서약이 눈에 띄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며 수없이 되뇌었지만, 본부에 와서 직접 마주하니 색다른 마음이었다. 이번 서울 탐방도 그랬다. 처음 보는 팀원들과의 계획 아래 서울을 스스로 구경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었다. 조를 배정받고 팀원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다. 나는 그 조의 가장 연장자로서 조장을 맡게 됐다. 친언니 같은 조장이 되고 싶은 마음에 농담도 주고받으며 편한 분위기 속에서 팀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조율하며 우리는 서툴지만 계획 아닌 계획을 수립했다. 무언가를 실천하기 위한 계획을 짜는 일은 걱정보다도 설레는 순간이었다. 다음날 우리는 전날 짠 계획표만을 가지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서울로 뛰어들었다. 누군가 뒤처지고 있지는 않나 힘들거나 지쳐하지는 않나 살피는 일이 조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함께 머리를 맞대고 손을 마주잡으며 계획을 실천해 나갔다. 엇나간 계획들도 있었다. 하지만 함께라면 무서울 것도, 걱정도 잊을 수 있었다. 알찬 하루가 끝이 나고 조원들은 지쳐있었지만 모두가 뿌듯해 보였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짠 계획을 바탕으로 실천하고 또 다른 계획을 짜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나는 돈 주고 사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얻은 기분이었다. 나는 불가능을 모른다. 단지 뛰어가서 기회를 잡았을 뿐이다. 비록 1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4-H라는 기회를 잡은 나는 값진 경험을 토대로, 또 앞으로의 삶을 기대하며 계획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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