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5 격주간 제841호>
원로지도자의 4-H이야기 ‘만경(萬頃)’(20)

세계사적 관점에서 본 4-H운동과 농사교도사업(1)

연포(燕浦) 강 건 주 (한국4-H본부 고문)

과거 동서를 망라하고 우리 인간들의 필수 ‘일감’, 즉 산업은 농사였다. 우리 속담에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이 있다. 참 표현이 절묘하다. 영어로는 〈The hungry belly has no ears〉, ‘식(食)이 족해야 예의를 차린다!’이다.
18, 19세기부터 비옥하고 광대한 토지를 점유하고 있는 현재의 세계 최대 식량 생산국(미국, 캐나다, 호주, 브라질, 러시아)의 농민들은, 과거 새로운 생존 수단을 꿈꾸면서 인간적 가치의 재발견을 도모하고자 살던 고장에서 멀리 떨어진 척박한 땅에 이주 정착한 개척민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역동적으로 자유를 갈망하며 당대 사회적 모순과 제도에 반항하면서(종교적 갈등, 시민혁명, 농민반란 등) 종국적으로 자유 시민과 동등한 권리를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오면서 후진국 농민들을 위해 미래지향적 원조와 협동을 공유하고 있다.
역사를 보면 동양 농민과 서양 농민은 민권과 자유를 위한 투쟁방식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동양은 권내에서 지역적으로 협소한 형태로 진행되어 개혁의 온도차가 낮았다. 반면 유럽 농민과 시민들은 혁명의 주체로 지향하는 이념을 자체적으로 분출했다. 이에 반해 동양은 소수의 지도자 또는 정치 집단에 의해 감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몇 가지 사례로 근·현대사에 있었던 우리나라의 동학농민혁명(1894년)을 예외로 치고, 일본의 명치유신(1867년), 청나라 말기의 신해혁명(1911년, 辛亥革命) 등은 농민들의 자발적 혁명으로 보기 어렵다. 그리고 실제로 일본을 제외하고는 국민들과 농민들의 의식 구조 변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비해 서양의 혁명은 주로 시민과 농민들이 주도한 완전히 갈아엎는 식의 무자비한 혁명이었다. 혁명 과정에서 통치자를 즉결처분(예: 1778년 프랑스 대혁명, 1793년 루이 16세와 왕비 앙투아네트 단두대 처형 , 1918년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 일가 처형 사건)한 사례에서 입증된다. 결국 동양의 혁명 스타일은 여전히 유교적 사색이 농후한 반면 유럽은 야생적이고 잔인하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혁명에는 자비(慈悲)니 인간양심(人間良心)이란 존재할 수 없다.
과거 봉건 왕조인 조선시대에는 국정의 최우선 목표를 흥농(興農)에 두었다. 그 이념은 어디까지나 주자학적 사회이념을 바탕으로 농민을 통치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통치 이념에 따라 사회·경제 질서의 안정을 유지하고자 하였으며, 따라서 농민들에게는 자주적 사고와 경제적 윤택함을 얻을 기회가 흔치 않았다. 이와 반대로 유럽은 기나긴 암흑의 중세시대(15~ 16세기 봉건제와 권력 중심에 있던 기독교가 약화되기 시작)를 거치면서 농민들은 더 이상 영주들의 횡포를 견디기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반란(14세기)을 일으키거나 영주들의 장원(莊園)에서 도시로 도주(이농, 탈농)하는 것이 빈번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사회제도에 대한 반항으로 대규모 전쟁으로 번지게 된다(예: 1358년 북 프랑스 농민 반란, 1381년 영국 와트 타일러 주도의 농민 반란 등). 이런 농민 반란은 결국 유럽 봉건사회의 붕괴를 초래하고 문예부흥(Renaissance, 14~16세기)을 일으켜 예술, 문학, 학문을 통해 인간 본연의 개성과 자유를 추구하게 되었다.
16~18세기에는 역사를 역행하여 절대 왕권시대로 다시 환원하면서 세계 각지에서는 식민지 수탈에 여념이 없었고, 농민들은 지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계몽주의 사상에 널리 영향을 받게 된다. 그리고 다시 왕권에 반대하는 시민혁명이 승리를 얻게 되고 유럽의 긴 봉건사회는 붕괴되고 근대 사회로의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이것은 긴 역사 속에서 인간의 ‘인간다운 삶과 자주권 회복’에 대한 끊임없는 열망과 투쟁으로 이뤄진 귀한 승리라 하겠다. 이를 통해 동·서 농민들은 깊이 내재된 원한(怨恨)을 풀 수 있었으며, 그들의 오랜 염원(念願)을 이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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