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01 격주간 제840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원칙을 지키려는 사람에게
"학문을 하는 이유는 고집불통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學則不固(학즉불고)
- 《논어(論語)》 중에서"


원칙을 세운 후 이것을 바꾸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을 소신 있는 행동이라며 칭찬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올바른 행동이라기에는 어색함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원칙으로 삼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을 보면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通卽不痛 不通卽痛).”라는 문장이 나온다. 통(通)한다는 것은 막히지 않음을 뜻한다.
막히지 않은 것은 주위 환경과 더불어 호흡한다. 혼자 딱딱하게 굳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소통하는 사람은 활기가 넘치고 변화를 겁내지 않는다.
아이를 만나면 아이와 눈을 맞춰 대화하고 노인을 만나면 노인에 맞춰 대화한다. 교언영색이 아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이며 잘난 척하지 않는 겸손함이다. 때에 따라 적절히 하는 시중(時中)의 실천이다.
송나라의 학자 주돈이(周敦)가 지은 ‘통서(通書)’를 보면 군자가 갖추어야할 덕(德)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을 인(仁)이라 하고(愛曰仁), 인(仁)을 올바르게 드러내는 것을 의(義)라고 하며(宜曰義), 의(義)를 드러내는 것을 조리 있고 합리적으로 하는 것을 예(禮)라 하고(理曰禮), 이 모든 것을 서로 연결하여 서로 통하게 하는 것을 지(智)라고 한다(通曰智).”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올바르게 표현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이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서로 통하게 하는 것이 군자의 덕(德)이라는 뜻이다. 서로 통(通)하게 하는 것은 이처럼 중요하다.
공자는 늘 공부(學)를 강조했다. 공자가 말한 공부의 개념은 ‘학즉불고(學則不固)’라는 문장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공자에게 공부(學)란 ‘불고(不固)’를 위한 노력이었다. ‘고(固)’는 무엇인가. 굳다, 단단하다, 굳어지다, 완고하다, 고루하다, 우기다, 고집하다 등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공자가 가장 싫어한 것이 바로 ‘고(固)’였으며, ‘불고(不固)’를 위해 평생을 바쳐 노력했다. ‘통(通)’은 공자의 화두였다. 고집불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 바로 공부(學)였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불고(不固)’라는 원칙을 세운 후 이것을 바꾸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소신 있는 행동이며 칭찬받을 일이라는 뜻이다.
공자에게 중요한 것은 완벽함 자체가 아니라 완벽을 추구하는 열린 마음이었다.
스스로 아직 모자라다고 생각하며 귀를 열고 자세를 낮추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공부에는 끝이 없다. 언제나 정상에 미치지 못한 것처럼 생각하고 전진해야 한다.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나아가야 한다(學如不及 猶恐失之).”
스스로를 ‘절대선(絶對善)’으로 규정하는 순간, 자만하는 순간, 최악의 상태로 굴러 떨어진다. 공자가 그토록 싫어했던 ‘고(固)’의 상태가 되고 만다. 그대의 원칙은 무엇인가. ‘고(固)’인가 ‘불고(不固)’인가.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4-H다이어리
다음기사   4-H운동 새로운 70년 위한 후원모금운동 전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