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5 격주간 제839호>
[시 론] 자유학기제와 4-H정신

"4-H정신은 우리가 추구할 미래의 학교교육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김 재 춘 (한국교육개발원장)

최근 아태지역을 담당하는 유네스코 방콕 사무소에서 ‘행복 학교 구조 연구’의 일환으로 무엇이 학교 또는 학생을 행복하게 만드는가에 대해 일련의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특별히 흥미로웠던 것은 ‘교수·학습활동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아시아 각국의 학생 및 교육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1등부터 5등까지 응답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일상생활과 연계된 프로젝트 학습이나 탐구학습 등 학생을 몰입시킬 수 있는 학습법.  둘째, 남의 판단이나 실수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꿈과 상상력, 창의력을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는 학생의 자유. 셋째, 동료와 협동하여 학습할 수 있는 팀워크나 협력정신. 넷째, 긴밀히 소통하면서 뭔가를 함께 완성해가는 교사와 학생 간의 팀학습. 다섯째, 학생과 소통이나 협력을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사의 긍정적인 태도 또는 성격 등 다섯 가지였다.
유네스코 방콕 사무소에서 이런 연구를 수행했다는 것이 흥미롭다. 아마도 아태지역 많은 나라의 학생들이 학교공부에 시달리면서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에 착안한 연구로 보인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경험하는 교육 현실이 획일적인 교육내용, 하나의 정답, 강의나 암기 중심의 교육, 점수나 등수에 대한 과도한 집착 등이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 환경에서 학생들이 행복을 느끼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문제를 지닌 대표적인 나라 중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다. 여러 국제 학력 비교 평가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학생들의 성적은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세계 최고의 성적을 얻는데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배우는 일에 관심이 많지 않다. 좋은 성적 때문에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기보다는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불행한 하루하루의 삶을 살고 있다.
어떻게 해야 우리 학생들이 학교에서 행복해 할까?
유네스코 방콕 사무소의 연구 결과를 참조하면, 지(智)·덕(德)·노(勞)·체(體)를 강조하는 4-H정신은 우리가 추구할 미래의 학교교육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째, 우리는 학생에게 지식보다는 지혜를 길러줄 필요가 있다. 단순히 사실을 ‘아는’지식보다는 아는 지식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거나 뭔가를 ‘창조’하는 역량 즉 지혜가 더 중요하다. 4-H는 ‘알’지(知)보다는 ‘지혜로울’지(智)를 더 강조한다.
둘째, 우리는 학생의 인성 또는 덕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 지식이 귀했던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에서는 지식을 아는 것이 중요했지만, 몇 번의 클릭으로 필요한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사회에서는 아는 것보다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능력 즉 인성이나 덕이 더 중요하다. 특히 인공지능(AI)이 기계학습을 통해 인간의 지식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기계성’과 대비되는 ‘인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셋째, 우리는 학생에게 몸을 움직이는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교실에 앉아서 교사가 전달해주는 지식을 수동적으로 받는 학습이 아니라 몸을 움직여 적극 참여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실험하거나 조사하고, 발표하거나 토론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말로 하는 진로교육이 아니라 직접 직업 현장을 찾아가 손으로 만져보고 감각으로 느끼며 온몸으로 체험하는 진로교육이 중요하다.
넷째, 우리는 학생에게 체육교육 또는 건강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건강한 신체는 건강한 마음의 터전이다. 건강은 그 자체로 우리가 추구하는 본질적인 가치이며, 건강을 추구하는 체육교육은 우리 몸의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는 부수적인 기능도 한다. 최근 선진국 협의체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인성 계발을 위한 체육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회원국 간의 체육교육 현황과 정책을 비교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위에서 우리 학생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4-H정신에 근거한 수업 개선의 방향을 살펴봤다. 이러한 수업 개선 노력은 현재 중학교에서 진행 중인 자유학기제와 많은 유사점을 지닌다. 지(知)보다는 지(智)를 추구하고자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와 같은 지필시험을 폐지하고 학생들이 적극 참여하는 수업을 강조하며, 학생들의 다양한 꿈과 끼를 길러주고자 인성 및 예체능교육을 강조한다. 교육적 맥락에서 새롭게 해석된 4-H정신의 가치가 자유학기제가 추구하는 교육적 가치와 유사하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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