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1 격주간 제838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리더의 올바른 자세

"나를 책망하여 타인을 감동시킨다
責己感也(책기감야)
- 《근사록(近思錄)》 중에서"

‘요순우탕(堯舜禹湯)’은 중국 상고시대를 대표하는 4인의 성군(聖君)을 뜻한다.
요(堯)임금은 순(舜)임금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었고 순임금은 우(禹)임금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어준다. 이들은 서로 부자지간이 아니었다. 가장 현명하고 올바른 사람이라고 판단했기에 왕의 자리를 물려준 것이다.
그런데 우임금과 순임금 사이에는 지독한 악연이 있었다. 그 시작은 요임금 시절부터 이어진다.
 요임금은 물난리가 이어지자 우의 아버지인 곤()에게 물을 다스리는 책무를 주었다. 곤은 제방을 쌓아 물을 다스리려고 했다. 그러나 물이 불어 제방이 터지자 피해가 더욱 커지는 결과를 낳았다.
요임금의 뒤를 이어 왕의 자리에 오른 순임금은 그 책임을 물어 곤을 죽였다. 그리고 곤의 아들인 우(禹)에게 다시 그 일을 맡겼다.
지금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었지만 순과 우는 달랐다. 순임금은 아버지 곁에서 보고 배운 우의 경험을 높이 평가했고, 우는 훼손된 아버지의 명예를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우는 아버지의 제방에 매달리지 않았다. 오히려 제방을 통해 교훈을 얻어 제방이 아니라 물길을 정리정돈하여 물을 다스렸다. 그리고 큰 성과를 냈다. 아버지의 오명을 씻어냈다. 그 능력을 인정한 순임금은 우에게 임금의 자리를 물려주었다.
우임금도 이러한 선례에 따르려고 했으나 주변의 강권으로 아들인 계(啓)에게 왕위를 물려주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부자세습은 결국 나라를 쇠퇴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말았다.
계(啓)는 우임금의 아들이라는 그림자에 의지해 그럭저럭 나라를 다스렸지만 그 뒤를 이어 왕이 된 태강(太康)은 사치와 향락에 빠져 할아버지가 이룩한 모든 것을 까먹었다.
결국 반란이 일어나 도망친 후 여기저기를 쫓겨 다니다 죽고 말았다. 태강의 아들인 상(相)이 뒤를 이었지만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고 만다.
이후 태강의 동생 중강(中康)이 왕으로 옹립되지만 자신을 왕의 자리에 올려놓은 신하들에 의해 쫓겨난다. 초라한 이어짐은 결국 폭군의 대명사로 유명한 걸(桀)에 이르러 멸망한다. 포악한 군주인 걸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사람이 바로 탕(湯)왕이다.
요순우탕(堯舜禹湯)과 다른 지도자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혈연을 통한 상속(相續)이냐 올바른 사람을 내세운 선양(禪讓)이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갈등과 분열의 원인을 어디서 찾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들은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냈다.
다른 사람들의 칭찬에 흔들리지 않았으며 거세게 비난해도 더불어 논쟁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를 돌아보며 혹시 잘못이 있지는 않은지 수시로 반성할 뿐이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으면 사람들을 감동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했으며, 사람들이 어리석어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비난하지 않았다.
“성인은 자기를 책망해서 남을 감동시키는 것은 많고, 남을 책망해서 자기에게 호응시키는 것은 적다(聖人責己感也處多責人應也處少).” ‘근사록(近思錄)’에 나오는 말이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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