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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모양과 색이 특히나 아름답고 어여쁜 처자를 닮은 꽃 비비추. 이 꽃이 바로‘흑산도 비비추’이다. |
한여름이면 잎이 거의 마르거나 감상 가치가 떨어지는 일반 비비추와는 달리 늦가을까지도 싱싱한 잎과 씨를 매달며 관상 가치를 높이는 꽃. 가장 최근 들어 남에게 빼앗긴 우리 토종의 꽃 비비추.
꽃의 모양과 색이 특히나 아름답고 한민족의 어여쁜 처자를 닮은 꽃 비비추. 이 꽃이 바로 ‘흑산도비비추’이다.
1980년 동아시아 식물 담당인 미국인 베리 잉거에 의해 발견되어 1993년 잉거라는 이름을 따 잉거비비추(hosta yingeri)가 된 흑산도비비추는 우리들의 무지에 의해 빼앗긴 우리 자산이자 혼이기도 하다. 당시 우리 공직자의 안내에 따라 답사를 했다는 얘기는 더욱 마음을 쓸쓸하게 한다.
쌍떡잎식물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인 흑산도비비추는 키가 20~30㎝로 줄기가 없다.
잎은 뿌리에서 모여 나며 타원형으로 표면이 반짝반짝 윤이 나고 뒷면은 약간 밝은 색이다. 꽃이 없을 때도 잎이 두텁고 예뻐 야생화 애호가들로부터 특히 사랑을 받는 식물이다.
꽃은 뿌리에서 나온 긴 꽃줄기 끝에 10~20개의 꽃이 총상꽃차례로 달려 밑에서부터 점차 위로 피우기 시작한다. 따라서 꽃피는 기간이 거의 40여일이나 되는 것으로 필자는 경험했다.
나팔 모양의 꽃은 끝에서 다섯 갈래로 갈라지고 수술이 여섯 개이다. 이중 세 개는 길고 세 개는 짧은 것이 특징이다. 꽃잎의 위는 진한 자주색이고 밑둥으로 내려갈수록 흰빛을 띠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꽃이 한쪽으로 치우쳐 달리는 일반 비비추와는 달리 이 비비추는 꽃차례에서 사방으로 퍼져 달린다. 그래서 씨가 맺혀 있어도 예쁘다. 씨는 대추씨 모양이고 그 안에 하얀 날개를 가진 까만 씨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10~11월에 익는다.
◇ 자생지와 분포
우리나라가 원산지이며 흑산도, 홍도에 분포한다. 일월산이 자생지여서 이름이 붙여진 일월비비추를 비롯해 주걱비비추, 한라비비추, 다도해비비추, 좀비비추가 한 집안으로 호스타(속명) 집안이다. 현재 전세계에 2500종이 넘는 비비추가 개량되어 있지만, 그 개량의 모체인 비비추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의 35종의 특산종에 연유한다. 흑산도비비추를 개량한 비비추에 ‘홍도’, ‘은하’가 있다.
◇ 재배와 번식
물만 잘 빠지면 어떤 흙이라도 잘 자란다. 산모래(마사토)와 부엽토를 7:3으로 섞은 배양토를 이용한다.
분에 심어 가꿀 때는 다소 작은 분에 심어야 운치가 있다. 뿌리가 완전히 내리면 분토 위에 덩이거름을 조금 올려놓는 것으로 거름은 충분하다. 3~4월 갈아심기를 할 때 포기나누기를 하고 가을 씨를 받아 바로 뿌려주면 봄에 새싹을 틔운다.
◇ 이 용
연한 잎은 나물로 해 먹는다. 정원이나 화단에 모아심기를 하면 매우 아름답다. 잎과 꽃을 오래도록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김창환 / 전 한국4-H본부 국장, 야생화농원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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