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01 격주간 제834호>
[시 론] 핵심역량(key competencies)과 4-H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인간상을 실현할 수 있는 핵심역량은 4-H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

김 기 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우리나라에서 핵심역량(key competen cies)은 교육계와 청소년계의 중요한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최근 제정된 인성교육진흥법이나 진로교육법 등에 역량의 개념을 법적 정의로 담는데 기여했으며, 교육과정을 교과중심에서‘역량중심’으로 바꾸는 노력을 추진 중에 있다.
청소년계에서는 제4차 청소년정책기본계획(2008~2012)부터 청소년정책의 목표로 핵심역량을 내걸고 이를 증진시키기 위한 정책 과제들을 제시하고 추진 중에 있다.
특히, 핵심역량에 대한 학계의 관심도 이어져 관련 학회인 한국핵심역량교육학회가 올해 새롭게 출범하기도 했다.

핵심역량 - 지적·사회적·자율적 역량

핵심역량이 큰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1997년부터 2003년까지 7년 동안 12개 국가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핵심역량 요인을 규명하고서부터다.
이 프로젝트(DeSeCo)에서 제시한 핵심역량은 인간이 만든 유용한 도구, 다른 사람, 자기 자신과의 상호작용이라는 맥락에서 세 가지로 이뤄져 있다.
첫 번째는 언어, 문자, 지식, 기술, 정보와 같이 유용한 도구를 손과 발을 다루듯이 잘 다룰 수 있는 역량(지적 역량)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인간관계로 다른 사람과 공감하며 원만하게 관계를 맺고 협력하여 사람들 간의 갈등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사회적 역량)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로 세계관을 가지고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며 목표를 수립하고 실천해 나가는 역량(자율적 역량)을 의미한다.
이것은 4-H운동에서 제시한 4가지 이념인 지(Head)·덕(Heart)·노(Hands)·체(Health)와 맞닿아 있다. 지적 역량이 지(Head)와 연결된다면, 사회적 역량은 덕(Heart), 자율적 역량은 노(Hands)와 체(Health)로 각각 연결된다.

100년을 앞서나간 4-H운동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인간상은 자주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 교양 있는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등이다.
이러한 인간상을 실현할 수 있는 핵심역량으로 자기관리, 지식정보처리, 창의적 사고, 심지적 감성, 의사소통, 공동체 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이 역시 4-H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20세기 초에 시작된 4-H운동이 내건 이념이 21세기에 제안된 가치와 거의 유사하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산업화로 공동체가 무너지고 도덕적인 혼란에 직면했던 시기에 제안된 가치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말해 준다.

균형 잡힌 청소년 성장 중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생활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적 역량 수준은 높지만 사회적 역량 수준이 낮아 지(Head)와 덕(Heart)을 고루 갖춘 균형 잡힌 성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젊은이들의 취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며 정신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건강 수준도 빨간 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많다.
청소년들의 균형 잡힌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핵심역량을 키우는 노력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해 지고 있다.
이는 단지 개인의 성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한 발 더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핵심역량과 맞닿아 있는 4-H운동이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나가는 청소년운동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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