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01 격주간 제834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나날이 힘껏 부지런하게
"넌 쓰러지기도 전에 금부터 긋고 있구나!
今女畵(금녀획)
- 《논어(論語)》 중에서"

멈칫거리는 우리들을 보고 스승과 선배들은 ‘용감하게 전진하라’고 말한다. 포기하지 말고 용맹스럽게 나아가라고 충고해준다. 그러나 세상일이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등산을 할 때, 까마득한 산 정상을 바라보면 ‘언제 저기까지…’라는 생각에 오히려 움츠려들기도 한다.
‘넌 할 수 있어, 용기를 가져!’라는 말을 들어도 별로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정도에서 그만 포기할 수 있는 나름의 변명거리를 준비하기도 한다.
“아무리 먼 길을 떠나더라도 한걸음부터 시작해야 하고, 아무리 큰 강이라 하더라도 그 시작은 작은 물방울 하나였다.”라는 순자(荀子)의 충고를 기억해야 한다. 앞으로 닥칠 어려움에 대해 지레 겁먹고 물러난다면 무슨 일을 해낼 수 있겠는가. 아무리 먼 길이라 하더라도 그 시작은 일단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딛는 것에 불과하다.
정상에 오르기를 원한다면 계속 정상만 바라보면 안 된다. 수시로 발밑과 한발자국 앞을 보아야 한다. 한걸음 내딛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을 끈질기게 이어가면 된다.
공자가 ‘나는 의도를 가지지 않았다.’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생은 어느 특정한 산 하나의 정상에 오르는 일이 아니다. 산에 오르면 다시 내려와야 하고 강도 건너야 하며 깊은 골짜기도 지나야 한다.
우리 심장은 태어난 후 죽을 때까지 쉬지 않고 펌프질을 한다. 그게 바로 삶의 원동력이다. 움직이면서 쉬고 쉬는 중간에 다시 움직인다. 그 반복이 삶이다. 언제 중지하는가. 죽을 때 중지한다.
“높은 산을 우러러보며 큰길을 걸어가네(高山仰止 景行行止) / 네 필 말이 씩씩하게 끌어 팽팽해진 여섯 줄 고삐가 비파 줄처럼 맑은 소리를 내는구나(四牡 六如琴) / 그대와 만나 혼인할 생각을 하니 내 마음 너무나 설렌다네(爾新昏 以慰我心)”
삶의 긴장감은 비파의 줄처럼 청아한 음악소리를 내며, 다가올 미래는 아름다운 여인처럼 나를 설레게 한다. ‘시경(詩經)’에 등장하는 이 시를 읽고 공자는 이런 평을 남겼다. “아, 이 시를 지은 작가는 이토록 현명하구나. 진리를 사랑하는 마음이 정말 대단하구나. 올바름을 향해 나아가다가 중도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中道而廢) 자신의 늙음도 잊은 채, 나이가 부족한 것조차 알지 못한 채, 나날이 힘껏 부지런히 앞으로 나아가다가 죽은 후에야 그만두는 것이로구나!”
그러나 모두가 공자의 마음과 같지는 않았다. 공자가 안회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자 곁에 있던 염구(求)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올바른 길을 가라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저도 따르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게 안 되어서 이러고 있을 뿐입니다. 싫어하는 게 아닙니다. 역부족이어서 이러고 있는 것입니다(非不說子之道 力不足也).”
그러자 공자가 그를 바라보고 이렇게 말했다. “역부족이라고? 힘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의 힘이 닿을 때까지 걸어가다가 중간에 힘이 부쳐 쓰러진다. 그런데 넌 지금 쓰러지기도 전에 금부터 긋고 있구나!(力不足者 中道而廢 今女畵)”
힘이 부쳐 쓰러지기 전까지 희망은 있다. 스스로 금을 긋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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