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친환경 먹거리 정착을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호 노력을 통한 신뢰 회복에 4-H가 적극 앞장서길 바란다"
박 철 수 (농림수산식품교육 문화정보원장)
최근 TV에서 한식을 만들어 경연을 벌이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한식 고수들이 나와 각 지역의 로컬푸드로 승부를 보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우리 전통 음식이기 때문에 선정기준은 더욱 까다롭다. 맛있어야 하고, 독특한 발상이 돋보여야 하며, 무엇보다 건강한 식재료를 써야 한다. 말 그대로 ‘슬로푸드’의 열풍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안전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믿고 먹을 수 있는 친환경 농산물, 친환경 농업이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반 농산물보다 비싼 값을 치르고 친환경 농산물을 사 먹지만, 실제로 믿을 만한 것인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정부가 공인하는 친환경인증마크에 대한 신뢰 역시 예전 같지 않다. 그도 그런 것이, 제도상의 허점을 틈타 자격 미달의 농가가 친환경 인증을 받거나 친환경 인증 농업인이 규정 이상으로 농약을 사용하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벌어졌다. 정부가 안전과 우수성을 공인한 먹거리가 소비자들의 전폭적 지지와 선택을 외면하고 신뢰를 저버린 꼴이다.
그러나, 친환경 농업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고 해서 대의를 접을 수는 없는 일이다. 취지와 방향이 옳다면 제도를 개선하고 대비책을 마련해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친환경농업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국민건강과 직결될 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보존하고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다. 농약과 화학비료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점차 소진되어 가는 우리 땅의 활력을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의 토대를 구축하는 사실상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대안을 마련하려면 우리 친환경농업의 토대를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친환경농업이 정책적으로 도입된 것은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로 우리 농업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1990년대 후반이었다. 통일벼로 대표되는 고투입·고산출시대의 한계를 넘어 보다 경쟁력 있는 농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친환경농업이 탄생했다. 이후 2001년 친환경인증제도를 도입한 이래 올해 현재 인증 농가가 전국적으로 10만 가구에 이를 만큼 성장했다. 관련시장 규모 역시 올해 약 3조원에서 오는 2020년에는 7조원 정도로 확대될 전망이다.
물론 아직 다른 국가에 비해 부족한 부분도 있다. 우리나라 친환경농산물 재배면적은 전체 농지면적 대비 8.3% 수준이지만, 이미 1980년대부터 유기농업 확대정책을 추진해온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하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소규모·고비용의 기존 친환경 농업방식을 저비용·고효율의 대규모 방식으로 전환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숙제다.
또한 계속되는 저성장 추세에 따른 소비 감소는 친환경 농업에도 확실한 위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하나를 사더라도 안전하고 품질이 우수한 먹거리를 찾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고 있어 친환경 농산물 판매가 유리해질 전망도 함께 가지고 있다. 올해 사회 곳곳에서 안전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벌어져 농식품 분야의 안전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졌다. 소비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믿을 만한 친환경ㆍ유기농 농산물의 공급이 절실하다.
아이가 청년으로 성장하기 위해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우리 친환경 농업도 아직 많은 성장이 남아 있는 만큼 사회 각계의 도움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간 친환경농업의 뿌리를 내리기 위해 양적 확대에 중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우리 농업의 생존과 발전 기반을 다지기 위한 질적 비약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는 친환경 농업의 미비한 점을 보완해 지원 정책을 다각화해야 할 것이며, 친환경 농업을 끌어올리기 위한 생산자와 소비자 양쪽의 노력도 중요하다.
농업인들은 건강한 친환경·유기농산물을 길러내야 하며, 국민들도 농업인들이 정성껏 빚어낸 깨끗한 먹거리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해줘야 한다.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근거 없는 오해나 불신을 조금 거둬들이고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올바른 친환경 먹거리 정착을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호 노력을 통한 신뢰 회복에 4-H가 적극 앞장서길 바란다. 나아가 농심함양과 환경친화적 활동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가일층 노력한다면 농업은 머지않아 대한민국의 먹거리 전체를 책임지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우뚝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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